[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버저비터(Buzzer Beater)'. 농구 팬들에겐 상상만 해도 심장 쫄깃한 용어다. 버저로 경기 종료를 알리는 핸드볼, 아이스하키 등 다른 종목에서도 사용되지만 농구 고유의 용어처럼 통용되는 게 사실이다. 농구 특성상 슈팅한 공이 날아가는 중에 버저가 울리고 림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극적 효과는 다른 종목에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극한의 짜릿감과 허탈감을 주는 버저비터가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막판의 특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버저비터 주의보'가 발령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시즌에 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희귀하다는 버저비터가 3월 들어 속출한 것도 특이하거니와 대부분 사례를 보면 '버저비터=승리'라는 공식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버저비터 주의보의 시작은 지난 7일 창원 LG-대구 한국가스공사전이었다. LG 정희재는 19-10으로 앞서던 1쿼터 종료 7초전 아셈 마레이의 수비 리바운드에 이은 역습에서 3점슛 라인 안쪽에서 터프샷을 성공시켰다. 초반부터 크게 열광한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LG는 82대59 대승을 하며 3연승을 달렸다.
같은 날 수원에서 열린 부산 KCC-수원 KT전에서 더 극적인 '찐 버저비터'가 화제에 올랐다. 경기 종료 4초 전, 패리스 배스(KT)에게 3점슛을 맞아 재역전(93-94)을 당한 KCC, 흥분한 상대 선수들이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틈을 타 허웅(KCC)이 빠르게 드리블 한 뒤 위닝 3점포를 성공시켰다. 오랜 기간 회자될 만한 명장면이었다.
이어 11일 LG-수원 KT전에서는 4쿼터 승부처에서 이재도(LG)가 '샷클락 버저비터'로 찬물을 끼얹었다. 18점차로 앞서다가 12점차(70-58)로 쫓긴 4쿼터 종료 7분11초 전, KT의 악착 수비에 막혀 공격제한시간(24초)만 소모하던 중 이재도가 불안정한 자세에선 던진 3점슛이 림을 통과했다. 이 덕에 LG는 87대76으로 승리, 창단 27주년 생일 축포와 함께 KT와 공동 2위로 상승했고 지금까지 2위를 지키고 있다.
LG의 연이은 버저비터에 질세라, KCC는 17일 KT를 상대로 또 버저비터 치명타를 날렸다. 주인공은 또 허웅이다. 1쿼터 종료 4초 전, 배스가 덩크슛으로 25-32로 압박하자 허웅이 7일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단독 돌파에 이은 3점 버저비터로 응수했다. 결과는 역시 KCC의 119대101 승리. 허웅이 KT를 상대로 '배스 득점' 이후 '종료 4초 전 마지막 공격'에서 나온 연속 버저비터라는 점도 특이한 화제거리였다.
버저비터로 재미를 본 KCC는 버저비터에 당하기도 했다. 15일 한국가스공사전에서 3쿼터 종료 때 샘조세프 벨란겔에게 버저비터를 얻어맞는 등 이날 유독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였다가 85대99로 '고춧가루 부대'에 당했다. 결국 한국가스공사에 뺨 맞고, KT에 분풀이 한 셈이 됐다.
이렇게 이어지던 버저비터 행진은 18일 서울 삼성-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절정에 달했다. 최하위 삼성이 눈부신 투혼으로 연장 승부 끝에 94대91로 승리한 원동력은 사실상 3개의 버저비터였다. 3쿼터 홍경기의 버저비터로 승리를 예감한 삼성은 4쿼터 역전패 직전 이정현의 버저비터로 82-82, 연장 승부로 몰고 갔다. 이어 연장전에서 이정현이 또 날아올랐다. 종료 직전 시간에 쫓겨 던진 3점포가 골그물을 뚫자 남은 시간은 0.9초, 사실상 버저비터 극장골이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버저비터는 운도 따라야 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이 우선 뒷받침돼야 한다. 시즌 막판에 '1승'의 소중함이 더 커지다 보니 선수들의 순간 집중력이 괴력처럼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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