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이정효 광주 감독(49)이 애제자 정호연(24·광주)의 인터뷰를 보고 따끔한 지적을 했다. 정호연은 A대표팀에 발탁된 소감으로 "배우겠다"는 취지로 각오를 밝혔다. 이정효 감독은 A대표팀이 '배우는 곳'이 아니라며 정호연이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갖추기를 바랐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21일과 26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태국과 홈 앤드 어웨이 2연전을 치른다. 지난 11일 발표한 엔트리 23인에 광주의 신성 정호연도 포함됐다. 정호연은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앞장선 중앙 미드필더다. A대표팀에는 처음으로 뽑혔다. 정호연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갈 수 없고, 함부로 갈 수 없는 곳이다. 광주를 대표해서 간다. 우리 팀이 왜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치면서, 그들은 어떻게 축구를 하는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은 정호현의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17일 K리그 포항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키운 선수가 대표팀에 가면 나도 동기부여가 된다. 다만 대표팀에 가서 배우고 오겠다는 생각은 바꿨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대표팀은 배우는 곳이 아니다. 경쟁하는 곳이다.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고 실력을 뽐내는 자리다. 그런 인터뷰는 하지 말라고 했다. 기사를 읽고 화가 나서 메시지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정효 감독은 거침없는 언변으로 유명하다. 때로는 다소 도발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발언도 주저하지 않는다. 경기 중에는 관중석 상단까지 들릴 정도로 고함을 치며 선수들을 지휘한다. 굳이 감정을 절제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돌격 앞으로'가 아닌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전형적인 선봉장 타입이다. 본인이 그런 스타일이다보니 제자의 너무 다소곳한 모습에 더 심기가 불편해진 모양이다. 그가 보기에는 정호연의 겸손이 과했던 것이다.
이정효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다 그런(너무 얌전한) 것 같다. 감독은 싸우고 있는데 굳이 저러고 있다. 물론 감독과 선배와 팀에 대한 존중은 필수다. 그에 대한 예의만 갖추면 된다. 그 안에서는 경쟁이다. 축구로는 예의를 갖추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예민한 부분이다. 사실 정호연이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즐비한데 부족한 점은 당연히 배워야 한다. 다만 이를 너무 의식해 주눅이 들면 필드에서 소심한 플레이로 이어진다. 이정효 감독은 버릇없이 굴어도 된다는 게 아니라 실력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경쟁하라고 조언한 것이다.
정호연도 찰떡 같이 알아들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확실히 각인한 것 같다. 긴장감이 사라졌다고 하더라. 솔직히 답장 받고 소름이 돋았다.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깨우친 것 같다. 각성한 것 같다"며 크게 흡족해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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