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상암 참사'가 벌어진 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 빛난 선수 중 한 명은 전천후 미드필더 이재성(32·마인츠)이었다.
이재성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차전 홈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후반 28분 조규성과 교체될 때까지 73분간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오차가 없는 연계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활보했다.
이재성은 이날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패스 성공률(98.2%)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집중력을 자랑했다. 더 놀라운 점은 상대가 거세게 압박하는 상대 진영 패스 성공률도 95.2%에 달했다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 평균 상대 진영 패스 성공률은 82.9%였다.
이재성은 중앙 미드필더 듀오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백승호(버밍엄 시티), 공격 듀오 손흥민(토트넘) 주민규(울산HD)와 공을 주고받고, 틈만 나면 빈 공간을 향해 질주하며 태국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등지는 포스트 플레이를 성실히 임해준 주민규,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오간 손흥민과 연계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덩달아 한국의 공격력, 나아가 경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 42분,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상대 페널티 박스 안 좌측 지점을 파고든 뒤 정우영(슈투트가르트)에게 패스를 건네받은 이재성은 동갑내기 주장 손흥민의 위치를 확인한 뒤 정확한 왼발 컷백으로 손흥민의 선제골을 도왔다. 손흥민이 공에 발만 건드리면 될 정도로 정확하게 패스를 '배달'했다.
이재성은 패스와 질주로 공격진에 차이를 만들었다. 유럽 빅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에서 주전으로 뛰는 '클라스'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가장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였던 이재성은 후반 16분 한국이 수파낫 무엔타(부리람)에게 동점골을 내줘 1-1로 따라잡힌 후반 28분 조규성(미트윌란)과 교체됐다. 황선홍 A대표팀 임시감독은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헤더 능력을 갖춘 장신 공격수 조규성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한국은 이날 총 25개의 슛, 39번의 크로스, 14번의 코너킥을 기록하고도 전반에 1골을 넣는데 그쳤다. 전반 중반 3~4명의 선수로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던 대표팀은 후반 두 배에 달하는 선수를 공격진에 배치했지만, 밀집 수비에 해법을 끝내 찾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주민규와 이재성을 교체한 결정에 대한 아쉬움이 진해졌다.
한편, 2015년 A대표팀에 데뷔해 이날 85번째 A매치(10골)를 치른 이재성은 묵묵히 센추리 클럽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역대 한국 축구 센추리 클럽 가입자는 손흥민(124경기), 김영권(110경기) 등을 포함해 17명뿐이다. 손흥민은 이날 유상철, 김호곤과 A매치 출전 순위 공동 5위로 올라섰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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