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개막전 승리, 흔히들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겨우내 펼친 담금질의 첫 선을 보이는 자리. 팬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승부. 에이스가 출동하고 선수들의 집중력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모든 팀들이 개막전 승리를 첫 목표로 삼는 이유다.
그런데 KIA 타이거즈는 유독 개막전과 연이 없었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에이스를 내보내고도 타선이 침체하거나, 마운드가 무너지는 게 부지기수였다. 안방 광주에서 마지막으로 승리를 거둔 게 2015년, 원정까지 통틀어도 2017년이 마지막 개막전 승리였다. 2018시즌부터 지난해까지 개막전 6연패의 멍에를 썼다.
이랬던 KIA가 오랜만에 개막전에서 웃었다. 23일 광주 키움전에서 7대5로 이겼다. 선발 윌 크로우가 5⅔이닝 4자책점으로 고전했으나, 타선이 1회 5득점 빅이닝을 만들었고 불펜이 2점차 리드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2019시즌 이후 5년 만에 홈 개막전 만원관중을 달성한 가운데 얻은 짜릿한 승리.
경기 직후 KIA 더그아웃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만원관중 앞에서 추격을 따돌리고 얻은 승리의 기쁨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올 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범호 감독에게 승리라는 선물을 안긴 것에 더 고무된 눈치였다. 경기 종료 후 방송사 인터뷰에 나선 이 감독의 축하 세리머니를 하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더그아웃에 남아 '물폭탄'을 준비했다. 미리 준비한 꽃목걸이를 이 감독에게 건 채 물세례를 퍼부었다. 관중석에서도 이 감독의 현역시절 응원가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잘생겼다 이범호!" 구호가 나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승리 투수가 된 크로우도 물을 뒤집어 쓴 것은 덤.
모두가 하나된 쾌조의 분위기, 승리 이상의 가치가 있다.
KIA는 그동안 시즌 초반 고전을 거듭했다. 개막전에서 총력전에 나서고도 승리를 얻지 못한 데미지를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막전에선 타선이 일찌감치 폭발한 가운데 선발 투수가 버틴 이후 나온 불펜 필승조가 깔끔하게 경기를 막아냈다.
이 감독과 선수단이 만든 분위기도 눈여겨 볼 만하다. 감독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선수들은 그런 사령탑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는 모습을 선보였다. KBO리그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 그 울림이 앞으로 만들어낼 효과 역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처럼, KIA의 개막전 승리도 어쩌면 시즌 뒤엔 그저 1승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과는 다른 스타트를 끊었고 선수단이 하나로 뭉치는 장면까지 만들어냈다. '웃음꽃 야구'를 앞세워 V12를 노리는 KIA가 최상의 스타트를 끊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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