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태국 수도 방콕에서 남쪽으로 3~4시간 정도 이동하면 쁘라쭈압이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이 낯선 땅에서 한국인 최초 타이 리그1(태국 1부) 득점왕을 노리는 한국인 골잡이가 있다. 그의 이름은 정우근(33·PT 쁘라쭈압). 타이 리그1이 21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13골을 몰아치며 브라질 출신 윌렌(방콕 유나이티드), 윌리안 리라(촌부리)와 당당히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흔히 말하는 '용병 선수'의 퍼포먼스로 태국 무대를 평정하고 있다. "올시즌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고 웃은 정우근은 "전반기는 폴리스 테로라는 팀에서 뛰고, 후반기에 쁘라쭈압으로 이적했다. 팀을 옮기고 5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쁘라쭈압이 2부 강등을 면하려고 나를 비롯한 여러 선수를 영입했는데, 후반기 들어 5경기에서 단 1번 패했다. 팀 순위(16개 구단 중 15위)가 오르고 개인 성과도 나오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정우근은 사실 국내 축구팬 사이에서 그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다. 대전 충남기계공고 1학년 때 브라질로 축구 유학을 떠나 스물 한 살부터 줄곧 태국 무대를 누볐다. 2018년 K리그2 소속이던 수원FC에 입단했지만, 충분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한 시즌 동안 14경기 2골 기록을 남긴 채 다시 태국으로 돌아왔다. 정우근은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무대에 도전하고픈 마음이었다. 한데 외국인 선수에 밀려 윙,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었다. 김포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고 태국으로 돌아왔다.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경기에 꾸준히 뛰니까 행복을 되찾고 동기부여도 생겼다. 2년 연속 2부팀의 승격을 이끌고, 1부리그도 누비게 되었다. K리그 경험이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지난 커리어를 돌아봤다.
태국 프로 축구계에선 정우근을 모르는 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12년간 팀과 리그를 가리지 않고 거의 매 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장기근속자'다. 정우근은 "1부와 2부를 합쳐서 128골을 넣었다"고 했다. 체격(신장 1m78)과 스피드에 큰 장점이 없는 정우근은 성실한 움직임과 심플하면서 순도높은 득점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입지를 구축했다. 태국 축구 수준이 한국 2~3부 수준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외국인 신분으로 한 무대에서 꾸준히 인정받는 건 쉽지 않다. 브라질 유학 시절 한 지도자로부터 브라질 유명 스타 카카의 별명을 얻어 태국에서도 '카카 정우근'으로 불린다는 정우근은 "지난 12년간 태국에서 오직 축구만 생각했다. 현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언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지금은 영어, 태국어, 포르투갈어로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이제 26일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예선 4차전을 펼친다. A대표팀이 타국을 찾은 건 2016년 3월 친선전 이후 꼭 8년만이다. 지난 10년간 태국 축구의 성장을 현지에서 지켜본 정우근은 "태국 축구가 많은 발전을 했다. 프로 경기에는 정말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는다. 대표팀의 경우,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한국을 상대하긴 실력으로나 피지컬적으로 어려운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태국 홈 경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태국은 3월에 정말 덥고 습하다. 잔디도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 선수들이 쉽게 지칠 수 있다"고 환경 적응과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의해야 할 선수로는 주장이자 레프트백인 티라톤 분마탄(부리람)을 꼽았다. "티라톤과 경기를 해보면 왼발 킥이 남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며 티라톤의 왼발 크로스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우근의 올시즌 목표는 한국인 첫 타이 리그 득점왕과 팀 잔류에 맞춰져있다. 그리고 이번 여름 기회가 닿는다면 K리그 무대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고 정우근은 말했다. 그는 "정우근이란 공격수가 어떤 선수인지를 K리그 축구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2년 전 결혼한 뒤 아내가 지금 한국에서 첫째 아이를 혼자 돌보고 있다. 곧 둘째도 태어난다. 남편과 아빠가 K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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