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내가 수없이 말했던 것처럼 기술, 재능 측면에선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선수라 확신한다."
A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지난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4차전을 3-0 대승으로 끝마친 뒤 이날 자신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한 동료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 중 손흥민 등과 실랑이를 벌인 일명 '핑퐁게이트'를 일으킨 이강인이 5천만 국민이 지켜본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면서도 재능 측면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추켜세웠다.
주장의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었다. 이강인은 아시안컵 이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이날 경기에서 왜 자신이 '천재 미드필더'로 불리고 파리 생제르맹과 같은 유럽 빅클럽에서 뛰는지를 직접 증명했다. 지난 20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면, 이날은 '대국민 퍼포먼스'였다.
황선홍호의 우측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전반 19분 상대 진영에서 유려한 턴 동작에 이은 예리한 침투 패스로 선제골 기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을 건네받은 조규성(미트윌란)이 우측에서 골키퍼를 피해 문전 쪽으로 시도한 '슛터링'을 이재성(마인츠)이 침착하게 선제골로 연결했다. 하프 스페이스를 이용한 이강인의 영리함이 빛났다.
이강인은 1-0으로 앞선 후반 9분엔 전매특허인 우측에서 가운데로 파고드는 드리블로 태국 수비진의 시선을 끌어당긴 뒤 박스 왼쪽에 있는 손흥민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다. 공을 잡은 손흥민은 빠르게 측면을 파고든 뒤, 좁은 각도에서 예리한 낮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사건 이후 런던에서 만나 직접 화해를 한 이강인과 손흥민은 골을 합작한 뒤 뜨겁게 포옹하며 핑퐁게이트 논란을 완전히 종결시켰다. 손흥민은 "강인이를 오랜만에 안아보니 너무 귀엽더라"라고 막냇동생뻘인 이강인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한국은 이강인의 '1도움 1기점' 활약과 후반 37분 박진섭(전북)의 A매치 데뷔골에 힘입어 3-0 승리하며, 지난 21일 태국전 홈 경기 1-1 충격 무승부의 굴욕을 빠르게 씻어냈다. 3승 1무 승점 10점을 기록하며 C조 선두를 유지한 대표팀은 2경기를 남겨두고 3위 태국(4점)과 승점차를 6점으로 벌려 사실상 3차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5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뒤를 이을 정식 사령탑을 선임할 계획이다. 이강인은 기량과 현재 경기력, 팀내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도 대체불가의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튀니지와 A매치 친선전부터 지난 태국전까지 선발로 출전한 A매치 11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개에 달하는 11개의 공격 포인트(6골 5도움)를 쌓았다. 이강인에게 '해줘'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골(9골)을 넣으며 '마무리'를 담당했다면, 이강인은 화려하면서 효율적인 크로스와 침투패스, 슈팅으로 경기에 차이를 만드는 '게임체인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이강인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최근 7경기에서 6승 1무 호성적을 거뒀다.
이강인은 지난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3월 A매치 팀 훈련을 앞두고 "이번 기회로 너무 많이 배우는 기간, 모든 분들의 쓴소리가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많은 반성을 하고 있는 기간이다. 앞으로는 더 좋은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 그리고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더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달라질 것을 다짐했다. 손흥민은 향후 10년간 한국 축구를 책임져야 할 이강인을 향해 "축구를 하다 보면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강인이가 이번 경험으로 많은 축구 팬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더 훌륭한 선수,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거라고 100% 확신한다"고 진심을 다해 응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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