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제2의 페디'라는 평가가 무색하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의 출발이 좋지 않다. 23일 광주 키움전에서 타선 지원에 힘입어 5⅓이닝 6안타(1홈런) 1볼넷 5탈삼진 5실점(4자책점) 승리 투수가 될 때만 해도 낯선 KBO리그에서의 첫 등판 탓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30일 잠실 두산전에선 4⅓이닝 5안타(1홈런) 4볼넷 5탈삼진 5실점하면서 패전 투수가 되면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시범 경기 때만 해도 크로우의 투구는 위력적이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11일 광주 한화전에서 4이닝 무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17일 광주 KT전에서도 5이닝 5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착실하게 빌드업을 했다. 최고 구속 150㎞가 넘는 투심과 스위퍼, 체인지업, 커터,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장착한 그의 모습을 두고 '제2의 페디'라는 수식어까지 뒤따랐다. 그러나 정규시즌에 돌입한 뒤엔 이런 시범경기 때의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두 경기 연속 피홈런을 맞은 게 아쉽다. 23일 키움전에선 최주환에게 직구를 뿌렸으나 가운데로 몰리면서 투런포를 얻어 맞았다. 30일 두산전에서도 강승호에게 1B에서 커터를 구사했지만 공이 몰려 좌월 투런포를 허용했다. 두 개의 피홈런 모두 높은 코스를 공략하다가 공이 몰리면서 피홈런으로 연결됐다.
볼넷이 늘어난 것도 고민거리. 데뷔전에선 1개에 그쳤으나, 정수빈-허경민 테이블세터를 구성한 두산 타선 공략에는 애를 먹었다. 첫 타석에선 두 선수를 각각 삼진, 범타 처리했으나 두 번째 타석에선 연속 안타, 세 번째 타석에선 연속 볼넷을 내줬다. 이들의 출루는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다.
크로우는 2021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5선발로 뛰었던 선수. 2022시즌엔 불펜에서 풀타임 빅리거로 생활했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5경기 만에 이탈했으나, KIA가 메디컬테스트 과정에서 복수 검증을 하면서 내구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데뷔 후 두 경기서 드러난 경기력은 우려를 점점 키울 수밖에 없다.
30일 두산전을 중계한 서재응 SPOTV 해설위원은 크로우의 투구를 두고 "KBO리그에서의 피칭 디자인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두 경기에서 크로우가 보여준 떨어지는 공의 각도가 좋은 편이다. 그런데 굳이 하이 패스트볼을 쓸 필요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맞대결한) 브랜든은 좌-우타자 컨셉을 잘 가져가면서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첫 등판에서 84개의 공으로 5⅓이닝을 버텼던 크로우, 그러나 두산전에선 1개 더 많은 공을 던지고도 4⅓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빠른 리그 적응과 더불어 개선점을 찾아야 할 크로우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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