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솔직히, 첫 홈런을 쳐 부담을 덜었다. 오랜만인데, 솔직히 스윙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진짜 마음이 놓인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첫 홈런을 치고 난 뒤 한 말이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엿볼 수 있는 소감이다.
오타니는 4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시즌 첫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올리며 5대4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 이후 전날까지 8경기, 37타석에서 단 한 개의 아치도 그리지 못한 오타니였다. 지난해 LA 에인절스에서 44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AL) 홈런왕에 오른 뒤 10년 7억달러의 매머드급 FA 계약을 맺은 오타니는 첫 홈런을 치고 나서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4-3, 한 점차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다저스의 7회말 공격. 2사후 주자없는 가운데 오타니가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샌프란시스코 투수는 좌완 테일러 로저스.
오타니는 볼카운트 3B1S에서 로저스의 5구째 93.2마일짜리 싱커가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들자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방망이를 돌렸다. 본인이 좋아하는 코스였다. 배트에 정확히 맞은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향해 빨랫줄처럼 뻗어가더니 다저스타디움 외야석 중단에 떨어졌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발사각 24도, 타구속도 105.6마일(170㎞), 비거리 430피트(131m). 시즌 개막 후, 즉 다저스 이적 후 9경기 및 41타석 만에 터진 첫 홈런이다.
오타니에 홈런을 얻어맞은 로저스는 201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통산 94홀드, 83세이브, 평균자책점 3.48을 올린 최정상급 좌완 셋업맨이다. 지난해에는 60경기에서 51⅔이닝을 던져 6승4패, 1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83, 피안타율 0.211을 기록했다.
통산 왼손 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182를 기록할 정도로 '좌타자 킬러'로 이름을 드높였다. 통산 603명의 좌타자를 상대해 내준 홈런은 불과 7개. 좌타자 피홈런은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인 2021년 5월 5일 타깃필드에서 9회 텍사스 레인저스 윌리 칼훈에 허용한 우중간 솔로포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약 3년 만에 오타니에게 맞은 것이다.
이날 다저스타디움에는 올시즌 최다인 5만2746명의 팬들이 입장했다. 타구가 맞아나가는 순간 모든 팬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중간 방향을 주시하더니, 홈런이 확인되자 두 팔을 들고 박수와 환호를 쏟아냈다. 간혹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보였다.
오타니는 홈을 밟은 뒤 다음 타자 프레디 프리먼의 환영을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이토록 밝은 표정은 지은 적은 없었다.
MLB.com은 '다저스가 지난 겨울 오타니와 계약할 때 그들이 바란 것은 앞으로 10년 동안 다저스타디움에서 대형 홈런을 날려달라는 것'이라며 '오타니가 받았을 중압감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북미 스포츠 사상 엄청난 계약을 한 최초의 선수인 오타니가 끌어들이는 자연스러운 관심은 메이저리그의 어느 선수도 상상히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이어 이 매체는 '그의 전 통역 미즈하라 이페이가 저지른 사건에 관련되지 않았다는 뭔가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는 오타니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후 "필드에서든 이런 사건에서든 역경을 겪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오타니가 흔들림 없는 선수라는 걸 새삼 알게 됐다"면서 "우리가 예상하고 알던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의 태도로 볼 때 매일 해나가는 방식이 일과 다른 것을 분리하는 걸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구는 야구이고, 개인사는 개인사라는 것이다.
로버츠 감독을 또 놀라게 한 것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내야안타를 치고 전력질주해 세이프된 장면이다. 오타니는 3회 선두타자로 나가 1루수 왼쪽 땅볼을 친 뒤 전력 질주해 베이스커버를 온 투수 카일 해리슨보다 먼저 1루를 밟았다. 이어 윌 스미스의 좌익선상 2루타 때 전력질주로 홈까지 파고들어 2-1로 다시 리드를 잡는 득점을 올렸다.
로버츠 감독은 "정말 인상적인 주루였다. 그라운드에서 정말 빠르게 달린다"고 감탄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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