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차라리 기계 문제면 어떻게라도 바꾸지, 사람 문제는….
시즌 초반부터 흥미로운 이슈들로 '역대급 흥행'을 예고했던 KBO리그. 하지만 한순간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2024 시즌부터는 절대 없을 거라 믿어졌던 심판 문제. 공정한 볼 판정을 하겠다며 KBO 허구연 총재가 야심차게 도입한 ABS(로봇심판) 제도가 생각지도 못한 일로 무너질 조짐이다.
ABS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ABS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볼로 둔갑시킨 주심과, 이를 보호해주려던 심판 조장의 부적절한 행동이 생중계 카메라에 찍히며 파문이 커지고 말았다. 공정할 수밖에 없다던 ABS도, 이렇게 불공정해질 수 있구나를 만천하에 보여주고 말았다. 리그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충격적 장면이었다.
KBO도 당연히 심각성을 인지했다. 15일 문제를 일으킨 심판원들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내릴 전망이다. 상벌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자체가 해당 심판원들의 앞날에 치명타가 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심판들의 여러 사건에 '솜방망이', '제 식구 감싸기' 등의 질타를 들었던 KBO인데, 이번 건에 대해서는 자비를 베풀 마음이 없을 분위기다.
문제는 이 심판들의 징계로, 이번 논란이 가라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안그래도 도입 첫 시즌 ABS에 대한 현장 불신은 컸다. 구장마다 존이 다르다, 타자가 칠 수 없는 공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이 된다는 등 불만이 속출했다. 물론, 이 얘기들에만 편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어떤 제도라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 중계 방송을 보면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공들은 화면 하단 스트라이크존에 거의 다 들어오고, 그 존을 벗어나면 예외 없이 볼 판정이 내려졌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14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ABS에 대한 작심 비판을 했는데, 김 감독의 말이 맞다고 지지하는 쪽도 있지만 결국 성적이 너무 좋지 않으니 ABS로 불만이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어찌됐든 이렇게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에, 모든 신뢰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허 총재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ABS가 기술 문제로 구장마다 다를 확률은 없다"고 강력하게 잘라 말하며 ABS 논란을 진화하려 했다. 하지만 허 총재는 현장의 반발 분위기를 이미 감지하고, 지난 12일 키움과 롯데전이 열린 고척돔을 찾아 ABS 보완책 등에 대해 관계자들과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장은 뭘 해도 수습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으니, ABS를 도입한 장본인으로서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차라리 기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드러났으면, 이는 기술로 고치면 된다. 그런데 사람이 일을 저질러버리니,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둬질 수 없다. 이제 더그아웃에서도 바로바로 어떤 판정이 내려질지 확인하게 한다고 하는데, 그 문제가 해결돼도 다른 부분에 대한 새로운 오해가 생기기 충분한 구조다.
아마추어 무대는 프로보다 아무래도 조직 기반 등이 약하기에, 심판 매수나 승부 조작과 관련된 논란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고교야구 무대에 ABS가 도입될 때 "기계가 내놓은 결과를 뒤에서 바꿔버리면 어떻게 하나"라는 웃지 못할 의심의 얘기가 돌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게 프로에서 시작부터 나와버렸다. "프로도 누가 조작하는 거 아니냐" 해도 할 말이 없게 돼버린 것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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