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베테랑이라고 막연한 기대를 하면 안될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의 2024 시즌은 설??? 전력을 떠나, '우승청부사' 김태형 감독이 수장으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동안 롯데에 없었던 강력한 김태형표 리더십이 롯데를 우승권으로 인도할 것으로 철썩 같이 믿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은 험난했다.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 겪어보지 못했던 충격의 8연패. KT 위즈와의 '꼴찌 대전'에서 2승1무를 거두며 탈꼴찌에는 성공했지만, 상위권 팀들과는 격차는 여전히 크다. 사실 주말 경기력도 최근 분위기가 너무 안 좋은 KT가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프로에서는 성적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달라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 '철밥통'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는 1992년 이후 우승이 없는 팀이다. 그렇다고 돈을 안쓴 것도 아니다. 수많은 스타 선수들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올해도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 'FA 170억원 트리오'의 2군행에 투자 실패 얘기가 나오고 있다.
스타는 많은데, 그 선수들의 경기력이 하나의 팀으로 묶어 응축된 에너지를 쏟아부은 적이 거의 없었다. 돈을 주고 데려왔으니 안 쓸 수도 없는데, 그 선수들이 '1군 자리는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며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으면 팀이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다. 돈도 돈이지만, 그래도 평균치가 있는 선수들이기에 지도자들도 '언젠가는 해주겠지'하는 생각에 하염없이 그들의 활약을 기다리다 시즌을 망치기도 했다.
그래서 롯데가 김 감독에게 기대한 것이 바로 선수단 장악력이다. 김 감독은 두산 시절에도 일부 스타 선수들이 누가 봐도 눈밖에 나는 행동을 하면 가차 없이 엔트리에서 말소해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롯데에서도 최근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실력 없으면 1군 자리 없다'는 메시지가 명확히 전달되고 있다. 위에 언급한 FA 트리오 외에도 지난 시즌 신인 100안타를 친 김민석 역시 황성빈에 자리를 내주며 2군행을 통보받았다. 김민석은 롯데가 자랑하는 라이징 스타다. 이런 선수는 구단 차원에서 꾸준하게 기회를 주며 키우기도 하는 데 김 감독의 눈에는 부족했다.
고승민, 나승엽 등 잠재력 높은 선수들도 처음에 기회를 받았지만 증명을 하지 못하자 가차 없이 2군행이다. 22일에는 최근 7경기 연속 무안타 중인 이학주가 2군행 철퇴를 맞았다. 개막 후 너무 방망이가 잘맞아 최근 부진에도 타율이 3할6푼6리였지만, 김 감독은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돌려 말하지도 않는다. 김 감독은 고승민, 나승엽 얘기가 나오자 "올라올 만한 내용의 보고를 받지 못했다. 누구를 올리려면, 누구를 내려야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의 이름이 언급되자 "지금 잘하는 선수를 쓰는 게 맞다. 물론, 주축 선수들이 잘해줘야 하지만, 지금 현재 못하고 있는데 그 선수들이 무조건 해줄 거라 막연한 기대를 하면 안된다. 물론 2군에서 잘한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당연히 올릴 것이다. 올라와서도 잘해야 한다. 아니면 또 내려간다"고 강조했다. 롯데 선수들은 연봉, 이름 값에 관계 없이 늘 긴장해야 1군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
굳이 롯데와 두산을 비교하자면, 두산 시절에는 선수가 내려가도 새롭게 올라온 선수가 그 자리를 꿰차버리는 '화수분' 야구가 있었다. 김 감독의 선수단 운영이 편했다. 하지만 롯데는 두산과 비교할 때 새롭게 올라와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선수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연패도 길어졌고, 손호영 트레이드를 급하게 추진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롯데는 이번 사태를 팀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나는 2군 가도 열흘 있다 무조건 올라올 거야, 설마 나를 빼겠어'라는 타성에 젖은 선수들의 마인드를 바꾸지 않으면 절대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이런 뼈를 깎는 체질 개선 없이 성적은 절대 운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요한 변화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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