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아무나 올라와라."
남자프로농구 부산 KCC 전창진 감독(61)이 지난 21일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진출을 확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던진 출사표다. LG에는 '리바운드 제왕' 아셈 마레이, KT엔 '득점왕' 패리스 배스가 버티고 있지만 이번 PO 시리즈에서 급상승한 라건아의 컨디션을 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6강 시리즈에서 3연승 평균 21.7점차, 4강 3경기 평균 13.7점차로 승리한 파죽지세를 보더라도 챔프전에서 두려울 게 없다는 분위기다. 이번 챔프전에서 '누가 올라오든 상관없다'는 외침은 전 감독과 KCC 선수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것 같다. 팬 입장에서도 '누가 올라오든 스토리'가 있다.
KCC가 이번 시즌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까닭에 어느 팀을 만나든 관심 포인트가 풍부하다.
'낙동강더비'의 부활, 조상현-KCC 묘한 인연
'낙동강더비'는 프로축구에서 한때 유행했던 흥행상품이다. 2017년 2부리그(K리그2)에 있던 부산 아이파크와 경남FC가 더비 조인식을 하면서 본격 출발했다. 하지만 '낙동강더비' 열기는 최근 흐지부지된 상태다. 부산과 경남이 치열한 우승 경쟁을 했던 2017시즌과 승격플레이오프 맞대결을 벌였던 2019시즌 이후 딱히 이슈가 없었다. '농구판 낙동강더비'가 부활할 조짐이다. LG가 KCC의 챔프전 상대가 될 경우 축구 낙동강더비의 열기를 뛰어넘는 초대형 이슈가 된다. 창원의 농구 열기는 전통적으로 뜨겁기로 소문난 곳이고, 시들었던 부산 농구 열기도 KCC가 연고 이전한 이후 뜨겁게 타오르는 중이다.
LG가 챔프전에 진출한다면 KCC와의 대결은 처음이다. '팀' LG에 반해 '감독' 조상현(48)은 그렇지 않다. 2022~2023시즌 LG에서 감독 데뷔하기 전 딱 두 차례 챔프전 우승 경험이 있는데, 그 상대가 KCC였다. 청주 SK(현 서울 SK) 선수 시절이던 1999~2000시즌 대전 현대(현 KCC)와의 챔프전에서 4승2패로 승리할 때 최고 수훈갑이었다. 이후 PO에 단골로 진출했지만 챔프전과는 인연 없이 은퇴한 조 감독은 고양 오리온스(현 고양 소노) 코치이던 2015~2016시즌 챔프전에서 또 KCC를 4승2패로 물리쳤다.
'어색한 만남', 10년만의 '형제더비'
KT가 챔프전에 오를 경우 어색한 만남이 될 전망이다. KT는 2020~2021시즌까지 부산 연고지였다가 수원으로 옮겼다. KCC가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3차례 부산 방문을 했을 때 부산 팬들의 별다른 반감은 없었다. 하지만 챔프전이라는 특성상 전 연고팀(KT)과 현 연고팀(KCC)의 대결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 감독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KT가 부산에 있을 때 '제2의 전성기'를 보냈던 기억이 있다. 원주 DB에서 '우승 청부사'로 명성을 떨친 그는 2009~2010시즌부터 KT 지휘봉을 잡고 3시즌 연속 4강을 포함해 4강 4회, 정규 우승 1회의 성적을 남겼다. 전 감독이 재임한 6년 동안은 KT 구단 역사상 황금기이기도 했다. 현재 KT를 이끄는 송영진 감독(46)은 당시 전 감독의 제자였다.
여기에 허웅(KCC)과 허훈(KT)의 '형제더비'는 10년 만의 볼거리가 된다. 2013~2014시즌 귀화 혼혈선수 문태종(49·당시 LG) 문태영(46·당시 현대모비스) 이 챔프전에서 만나 동생 문태영이 승리한 바 있다. 이를 제외하고 챔프전 형제더비는 없었다. 대표적인 쌍둥이 형제 조상현-조동현 감독(현대모비스)의 경우 조동현 감독이 챔프전에 진출해보지 못했고, 이승준(46)-이동준(44)은 둘 다 챔프전에 오른 적이 없다. 앞서 박성배(50·전 우리은행 코치)-박성훈(46·전 인헌고 코치) 형제는 같은 팀(서울 삼성) 소속이라 '적'으로 만날 일이 없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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