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라스트댄스'였다. 이동경이 입대 전날까지 '열일'했다. 홍명보 울산 HD 감독은 경기 전 "동경이에게 가족과 시간을 보낼 것을 제안했는데 본인이 뛰고가겠다고 하더라. 머리도 짧게 잘랐다. 마지막까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대견해했다.
27세인 이동경은 29일 입대한다. 그는 입대 전날인 28일 올 시즌 울산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무대에 올랐다. 또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미친 폼'은 명불허전이었다. 이동경은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9라운드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3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전반의 침묵은 후반 이동경을 위한 전주곡이었다. 제주의 김태환이 후반 10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 기쁨은 찰나였다. 1분 뒤 켈빈이 동점골을 터트렸다. 후반 17분 이동경이 번쩍였다. 주민규의 패스를 받은 그는 왼발로 골네트를 갈랐다. 후반 32분에는 수비라인을 한 방에 무너뜨리는 킬패스로 엄원상의 쐐기골을 도왔다.
이동경은 울산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성골'이다. 현대중과 현대고에서 꿈을 키웠다. 2018년 K리그에 데뷔한 그는 2021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했고, K리그1에서 28경기에 출전해 6골-3도움을 기록했다. 이동경은 2022년 1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 샬케04로 임대됐다. 하지만 유럽은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그는 이적하자마자 발등뼈 골절로 발목이 잡혔다. 2022년 9월 한자 로스토크로 재임대됐지만 부활에 실패했다.
이동경은 지난해 7월 울산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올 시즌을 앞둔 지난 겨울 독을 품었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K리그1에서 가장 먼저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6골-4도움)를 달성했다. 비록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와의 4강 1차전(1대0 승)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울산에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티켓을 선물했다. 이동경은 이날 1골-1도움을 보태 울산에서 K리그1 8경기에서 7골-5도움으로 마감했다. 골도, 도움도 1위다.
홍 감독은 "우리 팀에서 이동경만큼 폼이 좋은 선수를 찾기 힘들다. 떠난다고 해서 아쉽고, 고맙고, 상무 팀에 가더라도 이 경기력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며 "더 높은 수준에 올라갔으면 좋겠다. 같이 지낸 시간이 3년 조금 안되는데 너무 좋았고, 이동경의 감독이었던 것이 자랑스럽다"고 미소지었다. "이동경이 유럽에 진출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낸 탓에 성숙된 자세가 훨씬 좋아졌다. 유럽의 시간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동경은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고 갈 수 있어서 기쁘다. 군대는 당연히 가야 된다. 별다른 기분은 없다. 군에서도 잘해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골을 터트린 후 '경례 세리머니'로 입대 신고신을 한 데 대해서 "따로 준비한 건 아니다. 선수들이 하길래 따라했다"고 웃었다.
홍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끝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끝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기쁘다. 가서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감독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성장했던 시간이다. 그 시간이 기쁘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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