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내가 미안했어. 그만 돌아오지 않을래?'
감독과 선수의 충돌에서 대부분 승리하는 쪽은 감독이다. 선수가 감독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등 항명 행위를 했다면 해당 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사실 제대로 커리어를 이어가기 어렵게 된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선수가 최종 승자가 된 경우가 나타났다. 바로 제이든 산초(도르트문트)가 그런 기적같은 일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산초를 쫓아낸 에릭 텐 하흐 감독이 재영입을 위해 직접 독일 현지로 방문해 설득 작업에 나섰다. 사실상 자신이 산초를 내친 게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영국 매체 더 선은 6일(한국시각) '맨유 구단이 산초의 다음 시즌 복귀를 추진하기 위한 미팅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텐 하흐 감독이 팀을 떠나는 것과 관계없이 일단 전력 상에 산초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고 인정한 것이다.
맨유와 7300만파운드(약 1247억원)에 계약했던 산초는 2023~2024시즌 초반 텐 하흐 감독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 9월 산초를 아스널과의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은 이유에 관해 훈련 과정에서 준비가 부족했다며 그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나 산초는 이에 대해 정면 반박하며 SNS를 통해 자신을 희생양이라고 표현했다. 텐 하흐 감독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러자 텐 하흐 감독은 즉각적으로 산초를 징계했다. 1군에서 완전히 배제시킨 뒤 훈련장으로 유배시켰다. 산초는 훈련도 유스 선수들과 함께 해야만 했다. 1군 클럽 출입 자체가 금지됐다. 맨유는 결국 산초를 전 소속팀 도르트문트로 임대보냈다. 여기까지만 보면 텐 하흐 감독의 완전한 승리인 듯 했다. 산초는 반항을 잘못했다가 팀에서 쫓겨난 선수가 됐다.
그러나 반전이 벌어졌다. 산초가 도르트문트에서 폼을 회복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것. 특히 파리생제르맹(PSG)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맹활약하며 다시 특급 선수의 위용을 되찾았다.
이러한 산초의 부활은 텐 하흐 감독과 맨유의 자세를 바꿔놨다. 산초가 도르트문트로 완전 이적을 결심하기 전에 맨유로 복귀시키기 위해 먼저 나섰다. 선수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텐 하흐 감독이 구단 스태프와 함께 독일까지 날아가 산초와의 미팅을 주선하게 됐다. 텐 하흐 감독이 먼저 머리를 숙이고 들어간 셈이다.
텐 하흐 감독은 더 선을 통해 "독일에서 팀 스태프와 함께 산초의 경기를 보고, 미팅을 주선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이는 좀 더 가까워졌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초의 마음을 맨유 복귀 쪽으로 돌리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뜻이다. 산초가 텐 하흐 감독과의 줄다리기에서 완전히 승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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