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한 시사주간지가 새 표지를 공개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인 <더 뉴요커>는 지난 1925년 창간됐다.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를 활용하기로 유명한 매체. 뉴욕을 중심으로 문학, 예술, 스포츠, 대중문화 등 이슈가 되는 사건, 현상들을 집중 조명한다. 오랫동안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아온 주간지인만큼 표지도 공개할 때마다 화제가 되곤 한다. 장 자크 상페 등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거쳐가는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매체가 최근 공개한 최신호 표지가 논란을 일으켰다. 5월 13일자 '더 뉴요커'의 표지는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장식했다. 하지만 일러스트 속 오타니의 신체 비율이 지나치게 우스꽝스럽게 표현됐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그림 속 오타니는 실제처럼 당당한 체격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허리가 지나치게 얇고 길며 다리는 매우 짧게 묘사돼 있다. 사실 인물의 개성을 살려서 그리는 일러스트의 특성상 작가 고유의 '표현의 자유'라 볼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의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이 반영된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양인들의 관점에서 동양인은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다'는 고정 관념이 존재하고, 이 고정 관념이 (실제로는 다리가 길고 큰 체격을 갖춘)오타니의 일러스트에도 적용됐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이번 표지는 일러스트 화가 마크 울릭센이 그렸다. 해당 매체는 "울릭센은 메이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의 슈퍼스타 오타니를 그리기로 했다. 울릭센은 '그는 모든 리그를 통틀어 최고의 투수와 타자, 가장 빠른 주자 중 한명'이라고 했다. 오타니가 금융 스캔들(통역사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가로챔)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그의 인지도를 더 높였을 뿐"이라고 표지에 대해 설명했다.
매체가 표지를 공개하자, 해당 SNS 계정에는 일본인 혹은 아시아인으로 추정되는 계정들로부터 집중 비판을 받고 있다. 한 계정은 "백인들은 성공한 아시아인들을 보는 것을 못견뎌 한다"고 했고, 또 다른 계정은 "오타니에 대한 혐오와 일본인들의 다리가 짧다는 선입견이 아니냐"고 이야기 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노골적으로 "인종 차별?"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이 표지는 일본 내에서도 부정적인 측면에서 화제다. 한 야구팬은 "이것은 풍자가 아니라 비방이다. 몸통을 과장하는 것은 아시아인에 대한 멸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신체 비율 뿐 아니라 오타니의 바지 뒷 주머니에 달러 지폐를 구긴듯이 넣어 스윙을 하는 동작 자체를 불쾌해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반대로 "작가가 추가 코멘트를 통해 오타니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우스꽝스럽게 보이려고 하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림의 특성일 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울릭센은 과거에도 해당 매체에 여러 차례 야구, 야구선수들을 주제로 한 표지를 그렸는데 백인인 노아 신더가드는 비교적 신체 비율이 균형 잡힌 모습으로 표현했고, 흑백 혼혈인 애런 저지를 그릴 때는 오타니와 비슷하게 상체는 크고, 다리는 상대적으로 작게 표현한 바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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