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토트넘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 것은 후반 41분이었다.
브레넌 존슨이 따낸 볼은 쇄도하던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폭풍 드리블을 시작한 손흥민은 맨시티 '백업' 골키퍼인 슈테판 오르테가와 1대1 찬스를 맞았다.
그 순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실점을 직감했다. 손흥민은 웬만해선 이런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머리를 감싸쥐면서 뒤로 쓰러졌다.
그러나 맨시티에 '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손흥민의 발을 떠난 볼은 오르테가의 오른발에 걸렸다. 기사회생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일어났다. 그것이 사실상 끝이었다.
맨시티가 사상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연패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맨시티는 15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3~2024시즌 EPL 34라운드 순연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승점 88점을 기록한 맨시티는 선두를 탈환했다. 2위 아스널(승점 86)과의 승점 차는 2점이다. 이제 남은 경기는 한 경기 뿐이다. 맨시티는 20일 0시 웨스트햄, 아스널은 같은 시각 에버턴을 각각 홈으로 불러들인다.
맨시티가 승리하면 자력 우승이 확정된다. 4연패는 잉글랜드 1부 리그 사상 최초다. 1992년 출범한 EPL은 물론 그 전에도 4연패를 이룬 팀은 없었다.
맨시티에 마지막 순간 환희를 선물한 선수는 역시 오르테가였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벤치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후반 24분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 수문장 에데르손이 후반 18분 토트넘의 세트피스를 막는 과정에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충돌했다. 로메로의 무릎에 안면을 강타당했다. 의료진에 이어 들것이 들어갈 정도로 심각해 보였다.
다행히 에데르손은 툴툴 털고 일어났다. 웬만해선 골키퍼는 교체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벤치의 판단은 달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6분 뒤 에데르손 대신 오르테가를 투입했다.
에데르손은 교체에 폭발했다. 그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패싱'한 후 물병을 걷어찼다. 벤치에 앉아서도 유니폼에 얼굴을 파묻고 분노했다.
그라운드는 정반대였다. 오르테가는 후반 27분과 35분, 데얀 쿨루셉스키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냈다. 이어 손흥민의 동점골 기회도 털어내며 맨시티를 구해냈다.
맨시티는 이날 엘링 홀란이 후반 6분과 추가시간인 46분 연속골을 터트렸다. 홀란보다 더 주목받은 이날 경기의 최고 영웅은 오르테가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오르테가는 월드클래스 골키퍼다. 에데르손은 뇌진탕은 없었지만 눈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의사의 의견을 수용해 교체했다"며 "오르테가가 우리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아스널이 챔피언이 될 운명이었다. 이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우리가 우승한다"고 환호했다.
그리고 "지난 7~8년 동안 손흥민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아는가. 손흥민이 해리 케인과 함께 우리에게 몇 골을 넣었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한 후 "오르테가가 대단한 선방을 보여줬다"고 재차 엄지를 세웠다.
맨시티 미드필더 로드리도 "교체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오르테가가 정말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우리 팀은 세계 최고의 골키퍼를 보유하고 있다"고 기뻐했다.
독일 출신의 오르테가는 1992년생으로 손흥민과 동갑이다. 2011년 독일 아르미니아 빌레펠트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22~2023시즌을 앞두고 맨시티에 백업 골키퍼로 합류했다.
그는 지난 시즌 EPL에서 단 3경기 출전했다. 이번 시즌에는 8경기이 출전이 전부다. 다만 발밑 기술과 선방 능력이 뛰어나 팬들의 지지가 컸던 인물이다. 맨시티가 마지막에 그 혜택을 제대로 받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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