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만난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현역시절 별명에서 따온 '꽃감독'으로 불리고 있는 그는 올 시즌 취임 후 좀처럼 얼굴을 찡그리는 일이 없었다. 취임사에서 '웃음꽃 피는 야구'를 강조할 정도로 쾌활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 팀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최근 KIA의 상황은 이 감독의 얼굴에 수심을 드리우기 충분하다.
선발진 구멍에서 시작된 그늘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이의리의 이탈 뒤 대체 선발 체제로 한 달 넘게 버텼는데, 외국인 에이스 윌 크로우마저 팔꿈치 이상으로 교체 기로에 섰다. 대체 선발 체제에서 부하가 걸린 불펜, 길어지는 수비 시간은 개막 4연승 및 7연승 등 초반 쾌속 질주를 이끌었던 타선의 힘마저 약화시키고 있다.
크게 벌어졌던 2위와의 승차는 어느덧 1.5경기까지 줄어든 상황. 웃을래야 웃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이 감독은 "타자들이 체력적으로 처진 게 눈에 보인다. 그동안 6월 들어 체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는데 올해는 시기적으로 좀 빨라진 것 같다"며 "제일 중요한 상황이란 건 나 뿐만 아니라 선수단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달만 잘 버텨서 넘기면 우리 페이스를 확실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좀처럼 얼굴을 펴지 못하던 이 감독의 표정은 나성범의 마수걸이 홈런을 거론할 때 비로소 펴졌다.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개막 후 한 달 만에 1군에 등록된 나성범. 9경기 타율이 8푼에 불과했다. 하지만 14일 광주 두산전에서 투런포로 시즌 첫 홈런을 장식했다. 이 감독은 "밸런스 잡는 자세나 타이밍 등 타격이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다. 작년 타격 폼을 찾아가는 느낌"이라며 "앞서 전력분석팀과 계속 미팅을 하는 등 스스로 노력도 컸다. 워낙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다. 곧 자기 페이스를 찾을 것"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런 이 감독의 믿음에 나성범은 이틀 연속 대포로 화답했다.
팀이 0-1로 뒤지던 3회말. 1사 1루에서 나성범은 1B2S에서 높은 코스로 들어온 두산 최원준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는 하루 전 홈런과 같은 우중간 코스로 정확히 날아가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의 투런포.
홈런 뿐만이 아니었다. 나성범은 4회말에도 2사 만루에서 좌익수 왼쪽 적시타로 주자 두 명을 불러들였다.
홀로 4타점을 책임진 나성범과 불펜 활약 속에 KIA는 최근 9연승 중이던 두산을 8대4로 꺾었다.
시즌 최대 위기 앞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던 이 감독과 KIA 모두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은 날. 그 중심에 돌아온 해결사가 있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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