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멋진 형이다."
될성부른 새싹을 키우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 때론 하늘 같은 감독이나 코치님보다 가까운 동료이자 형의 존재감이 더 클 수도 있다.
약관의 나이로 '국가대표 에이스'가 된 한화 이글스 문동주. 그가 돌아본 펠릭스 페냐(전 한화)가 바로 그런 선수였다.
문동주는 28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3승과 더불어 올해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최원호 전 감독, 박찬혁 전 대표가 동반 사임한 뒤 첫 경기인 만큼 그 의미가 각별했다.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 팀을 떠난 또 한명이 있다. 외국인 투수 페냐다.
2022년 대체 외인으로 합류해 올해까지 햇수로 3년째. 올해 9경기에 등판, 3승5패 37⅓이닝 평균자책점 6.27로 부진했다. '리빌딩이 끝났다'고 선언한 시즌, 류현진이 돌아온 올해다. 시즌초 1위에서 꼴찌까지 추락하며 사령탑과 대표까지 사임한 팀에서 페냐가 있을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문동주는 페냐와의 각별한 애정을 되새겼다. 문동주는 "성실하고 정이 많았다. 멀리 있지만, 아마 지금 비행기를 탔을 텐데,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 꼭 이기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문동주는 지난해 신인상을 받았다. 프로 3년차에 불과하지만 벌써 국가대표 에이스로도 활약했다, 이같은 문동주의 폭풍 성장에 톡톡히 공헌한 게 바로 페냐였다. 절친이라기보단 때론 다정하고, 때론 엄격하게 문동주를 이끌어준 형이자 멘토였다.
문동주에게 컷패스트볼과 스위퍼를 가르쳐준 건 에릭 페디(전 NC 다이노스)였지만, 에이스로서의 마음가짐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페냐에게 배웠다. 페냐는 '문동주가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페냐는 고별전이 예정됐던 26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 우천 취소됐고, 27일 공식 방출됐다. 워낙 갑작스러운 이별이다보니 페냐와 미처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이웃사촌' 문동주는 달랐다. 밤늦게 페냐를 찾았고, 유니폼을 교환했다.
특별한 선물도 전했다. 문동주의 어머니가 페냐의 딸 그레이스를 위해 한복을 맞춰줬다. 문동주는 "서로 고마웠다, 그리울 거다라는 인사를 나눴다"고 돌아봤다.
"작년엔 선발로 나가는 날도 말이 많았다. 페냐가 '선발 나가는 날은 너만의 세상에 갇혀서 야구를 하는 게 좋다'고 따끔하게 얘기해줬다. 그때부터 그런 루틴을 가져가고 있다. 오늘은 좀더 집중했다. 덕분에 오늘도 좋은 결과가 있었다."
문동주는 이날 총 101구를 던지며 6이닝을 책임졌다. 좌타자에게 던진 컷패스트볼이 톡톡히 효과를 봤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6㎞까지 나왔다.
신인 시절부터 은사인 최원호 전 감독에게도 진심을 전했다. 문동주는 "4월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최원호 전 감독에게)죄송하다. 조금 좋아졌는데, 너무 늦었다. 힘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 올시즌 잘 마무리하고 싶다"며 가을야구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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