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저희 아내는 (박)병호를 싫어해요."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이 농담을 하며 껄껄 웃었다.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원정팀 훈련이 시작되기 전, 3루 더그아웃에서 훈련을 하기 위해 나온 삼성 박병호가 이숭용 감독에게 다가와 인사를 한 후 짧게 대화를 나눴다. 대화를 마친 이숭용 감독은 박병호를 격려한 후 경기 준비를 위해 더그아웃에 돌아왔다.
오래된 인연이다. 이숭용 감독은 평소에도 종종 박병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곤 했었다. 이 감독은 "제가 박병호 때문에 은퇴했다. 그래서 와이프가 병호를 싫어했다"고 웃었다. 2011년 히어로즈에서 현역 은퇴에 대한 고민이 조금씩 피어오를 무렵, 박병호가 LG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했다. 당시 박병호는 '미완의 대기'였다. LG에서 1차지명 유망주로 수년간 주목받았지만 '포텐'을 터뜨리지 못하던 상황. 트레이드로 히어로즈에 이적한 직후부터 맹활약을 펼치면서 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같은 1루수였던 베테랑 이숭용은 박병호가 히어로즈에서 만개하던 그때, 은퇴를 결심했다. 이숭용 감독은 "병호가 오면서 제가 이제 그만둬야겠다 생각했고, 감독님 찾아가서 '2000경기만 하고 그만두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인연은 그 후로도 이어졌다. 이숭용 감독이 KT 위즈 단장이던 2021년 겨울. KT는 박병호와 3년 최대 30억원에 FA 영입 계약을 마쳤다. 그때 계약을 이숭용 단장이 주도했고, 박병호는 계약 첫해 KT에서 35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었다.
이숭용 감독은 그때를 떠올리며 "FA 계약할때 병호를 거의 한달을 쫓아다녀서 계약했던 선수였다. 그래서 애착이 많이 갔었다. KT에서 2년 동안 함께 했었고, 제가 단장에서 물러난 이후에 병호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으니까 밖에서 지켜보며서 마음이 조금 그랬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삼성 가서 잘하고 있으니까 오래오래 야구 하라고 말해줬다. 충분히 좋은 걸 가지고 있다. 그리고 병호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 저런 친구들은 팀에 꼭 필요하다.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베테랑들은 좋게 잘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애틋하게 바라봤다.
이숭용 감독은 SSG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에도 베테랑들에 대한 예우와 자율권을 존중한다. "그만큼 대단한 커리어를 쌓은 선수들에게는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지론이다. 오랜 묘한 인연이 더해진 박병호를 더 특별한 애정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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