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주장 잘 바꿨네.
감투를 쓴다는 표현이 있다. 뭔가 직책을 얻는 경우인데, 성격상 이를 반기는 사람이 있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주장이 그렇다. 리더십이 있고, 적극성이 넘치는 선수들은 주장을 하고 싶어 한다. 주장도 '작은 권력'이다. 자신의 팀 내 입지가 탄탄해짐을 느끼며 심적으로 편안해지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키움 히어로즈가 주장 교체 효과를 확실히 보고 있다. 키움은 지난 4일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주장을 김혜성에서 송성문으로 전격 교체했다.
주장은 보통 야구 잘하고, 연봉 많이 받고, 나이가 제법 있는 선수들이 한다. 다만, 키움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보니 나이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도 20대 초반 나이부터 주장을 했다.
통상 주장은 확실한 주전 선수를 뽑는다. 1군 입지가 애매한 선수를 뽑으면, 그가 2군에 가거나 벤치에 있을 때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키움 입장에서는 김혜성에게 완장을 채우는 게 가장 안정적인 카드였다.
하지만 김혜성에게는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김혜성은 3일 대형 에이전트사인 CAA 스포츠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는데, 키움 구단은 이 시점에 맞춰 야구에만 집중하라는 의미로 주장직 부담까지 덜어줬다. 아무래도 주장을 맡다보면 자기 야구 외에 챙겨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송성문은 올해 개막 때까지만 해도 확실한 주전이라고 장담하기 힘든 위치였다. 주전 3루수가 유력했지만 신예 유격수 이재상이 개막전부터 출격하며 김휘집이 3루로 갈 상황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없는 살림 속 송성문은 꾸준하게 존재감을 드러냈고, 올시즌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다. 그러니 홍원기 감독 입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송성문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주장 선임을 은근히 반겼던 송성문. 감투를 쓰자 완전히 달라졌다. 주장이 된 후 5경기 23타수 12안타 타율 5할이 넘는다. 홈런도 2방이나 쳤다. 하이라이트는 8일 삼성 라이온즈전. 홈런에 2루타까지 3안타 5타점 3득점 경기를 하며 팀의 연승을 책임졌다. 원래 시끌시끌한 선수인데 주장이 되더니 더그아웃에서 한층 더 진중해지고, 야구에서도 훨씬 더 집중하는 모습이라는 게 구단 관계자의 귀띔이다.
올시즌 이대로 가면 커리어하이 시즌을 기록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홈런은 2022년 13개까지 쳤었는데 벌써 8개다. 그 때는 시즌 타율이 2할4푼7리였는데, 지금은 3할3푼3리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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