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공한증이 어디 가나.'
한국 축구가 지독한 '공한증'을 재확인하며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을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C조 6차전 중국과의 경기서 손흥민(토트넘)-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합작한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지난 3월 21일 태국전(C조 3차전 1대1 무) 이후 2개월여 만에 국내에서 열린 A매치. 일찌감치 조 1위, 3차예선행을 확정지은 태극전사들이 '상암벌'을 가득 메운 홈 팬들에게 자축 피날레 선물을 안긴 경기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이번 2차예선에서 5승1무(승점 16)로 무패 마감했고, 3차예선 톱시드 배정에도 유리한 고지를 지켰다. 아시아 3차 예선은 6개팀씩 3조로 펼쳐진다. 3개조의 조 1~2위, 총 6개 국가가 본선에 직행한다. 톱시드가 될 경우 난적으로 꼽히는 일본, 이란을 피할 수 있어 본선행이 편해진다.
포트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한국은 FIFA 랭킹 23위(이하 랭킹포인트 1563.99점)로 일본(1621.88점·18위), 이란(1613.96점·20위)에 이어 아시아 3위에 자리해 있다. 아시아 4위 호주(24위·1563.93점)와의 격차는 0.06점에 불과한데, 이날 승리로 아시아 3위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한국은 중국에 '공한증'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지난 2017년 12월 9일 EAFF E-1 챔피언십 맞대결(2대2 무) 이후 이날까지 5연승을 달린 한국은 역대 중국과의 상대전적 23승13무2패로 압도적 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날 최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지난 싱가포르전(7대0 승)과 비교해 두 자리가 바뀌었다. 최전방에 주민규(울산) 대신 '황소' 황희찬(울버햄턴)을 냈다. 2선에는 손흥민을 필두로 이재성(마인츠)-이강인이 자리했다. 중원은 황인범(즈베즈다)-정우영(알 칼리즈)이 지켰고, 포백은 김진수(전북) 권경원(수원FC) 조유민(샤르자) 박승욱(김천)이 형성했다. 수문장은 그래 왔던대로 조현우(울산)였다.
때이른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호쾌함을 기대했지만 경기 초반 다소 답답했다. 중국이 철통 수비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원 수비로 내려선 바람에 하프게임, 한국의 공격 훈련을 연상케하는 장면이 내내 펼쳐졌다.
한국은 왼 측면 손흥민, 오른 측면 이강인이 활발하게 횡방향 돌파를 시도하는 등 상대의 빈틈을 노렸지만 슈팅 찬스까지 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중국의 '재미없는 축구'로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전반 19분이 돼서야 한국은 본격 기회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포문을 열어 준 이는 역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이 측면에서 중앙 아크 지점으로 매섭게 돌파한 뒤 특유의 오른발 터닝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 3분 뒤에 손흥민은 아크 정면에서 프리킥을 유도했고, 직접 키커로 나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벽을 선 상대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며 골대 윗그물에 떨어지고 말았다. 29분에도 손흥민이 돌파에 이은 중앙 패스로 이강인에게 논스톱 슈팅 기회를 만들어줬지만 키퍼 정면으로 향해 아쉬울 뿐이었다. 한국은 35분 중국의 세트피스를 허용했다가 장성룽의 문전 헤더가 골대를 살짝 빗겨나가는 바람에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상대적 우위의 경기력으로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비긴 것에 만족할 수 없는 중국전이다. 선수 교체 없이 후반을 맞은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죄었다. 계속된 공세에도 완성을 하지 못하자 김 감독은 15분 이재성 대신 주민규를, 박승욱 대신 황재원을 투입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선수 교체 불과 1분 뒤 기다렸던 작품이 나왔다. '손(흥민)-이(강인)' 듀오가 이번에도 또 불을 뿜었다. 필드 중앙의 이강인이 골에어리어 왼쪽으로 돌아들어가는 손흥민을 향해 자로 잰듯 패스를 찔렀다. 공을 받은 손흥민은 깊숙이 침투한 뒤 문전 크로스, 상대 수비수 발에 맞고 공이 뒤로 흘렀다. 이때 쏜살같이 쇄도한 이강인이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호쾌하게 뚫었다. 상암벌은 터져나갈 듯 환호에 휩싸였고, 만원 관중은 파도타기 응원으로 화끈하게 화답했다.
선제골에 여유를 찾은 김 감독은 33분 임무를 완수한 이강인을 쉬게 하는 대신 홍현석을 투입했다. 이후 한국은 경기 종료까지 맹렬하게 몰아붙이며 홈 관중을 즐겁게 했고, 중국의 반격 기세를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브랑코 이반코비치 중국 감독은 경기 전날 인터뷰에서 "한국을 놀라게 해주겠다"고 장담했지만, 무서운 '공한증'에 또 놀란 중국 팬들의 표정만 남았을 뿐이었다.
상암=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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