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민국 최초의 상설등산교육기관' 한국등산학교가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1974년 6월 15일 도봉산 기슭 도봉산장에서 정규반(기초반) 제1회 입교식으로 문을 연 한국등산학교가 14일 오후 6시30분 서울 왕십리역 디노체컨벤션에서 개교 50주년 기념식과 함께 정규반 100회 졸업식을 갖는다.
산악에 대한 대중의 개념조차 없었던 70년대 개교한 한국등산학교는 산악인으로서 정통 알피니즘 정신 추구, 체계적인 등산 교육을 통한 산악인들의 안전산행, 국토애와 애국심 앙양을 설립 목표로 삼았다. 등산사, 알피니즘의 역사, 등산윤리, 자연보호, 기상학, 사진학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갖추고 권효섭 초대 교장(당시 국회의원, 서울시산악연맹 회장), 안광옥 부교장(한국산악회 이사), 당대를 대표하는 국어학자 이숭녕, 고지도 연구가 이우형, '등산백과'의 저자 손경석 등 각계 명망 있는 산악인, 지식인들이 직접 강의를 맡았다.
학교 재정을 수강료와 동문, 기업 후원에 의존하는 비영리 교육기관인 한국등산학교는 재정난 등 온갖 난관을 극복해내며 50년의 유구한 역사를 면면히 이어왔다. 봄과 가을 두 차례 실시해온 정규반은 올봄 100회가 탄생했다. 암벽반 52회, 동계반 48회, 경찰구조대, 국립공원공단, 119구조대, 특전사 대상 특별반에 이르기까지 50년간 1만2000명에 이르는 동문을 배출했다.
한국등산학교 총동창회가 등산의 학술화를 목표로 1986년부터 발간한 '산학(山學)'은 산악인들의 정보 욕구와 향학열을 충족시켰고, 5차례 조사를 거쳐 연재한 '전국 암벽 그레이드 조사'는 한국 암벽에 맞는 등반 난이도 정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연재 후 출간된 '바윗길'은 한국 산악계를 대표하는 '암벽 그레이드 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여성 산악인, 동호인들을 위한 강의도 앞서갔다. 한국 최초의 여성원정대인 '1982 선경여자산악회 람중히말 원정대'엔 대원 5명 중 4명이 한국등산학교 정규반 출신으로 매니저 역할을 한 김경배씨 역시 한국등산학교 설립위원이자 강사였다. 5월 6일 기형희가 람중히말(6986m) 등정에 성공하고, 2차 공격조 윤현옥이 2시간 후 정상에 올라 한국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고봉 등정자가 되는 기록도 세웠다.
민간단체로서 한국등산학교는 남북교류에도 힘썼다. 2005년 동계반 30회, 2007년 동계반 32회를 금강산에서 열었고 북한구급봉사대 산악교육도 실시했다. 설립 목표 중 첫 번째로 삼은 '알피니즘'은 201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
한국등산학교의 존재 이유는 확고하다. 한필석 한국등산학교 교장은 "등반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등반이 놀이나 유희의 스포츠로 격하돼 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등산학교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전문 산악인뿐 아니라 일반 등산인의 안전을 위해 정확하고 안전한 산행과 등반 테크닉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에 앞서 '알피니즘'이라는 등반 철학을 끊임없이 불어넣어 등반 정신의 가치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소명을 강조했다. 한 교장은 "동문들이 하는 말이 있다. '한국등산학교 출신의 최고 학력은 한국등산학교다, 모국은 바꿀 수 있어도 모교는 바꿀 수 없다'는 말"이라며 특별한 자부심을 전했다. "동문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대한민국 산악인들에게 큰바위얼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등산학교는 14일 개교 50주년 기념식에서 '한국등산학교 50년-길을 뚫고 높이를 간다'를 동문 및 참석자들에게 배부할 계획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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