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팬 뿐 아니라 선수도 보고 싶은 선수 아니겠나."
KBO가 17일 발표한 2024 KBO 올스타전 팬 투표와 베스트12 선정 결과.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나눔 올스타 선발투수 부문 대역전극.
팬 투표에서는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이 128만613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돌아온 괴물' 한화 이글스 류현진과의 팬 투표 대결이 어떻게 될 지 매우 흥미로운 관심사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97만9867표에 그쳤다. 생각보다 큰 차이였다.
KIA의 팬심이 크게 반영됐다고 하기에는, 올시즌 홈구장을 가장 많이 매진시키는 한화 팬들의 열정도 엄청나기에 단순 비교는 불가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훨씬 더 좋은 팀 성적으로 인해 KIA팬들이 더 결집했고, 양현종이 승수에서 근소하게 앞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양현종은 17일 기준 14경기에 선발등판, 5승3패 평균자책점 3.74, 류현진은 13경기에 선발로 나서 4승4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중이다. 양현종이 시즌 초부터 앞섰지만, 최근 류현진이 페이스를 회복하며 대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 성적으로 투표 결과를 비교하기는 무리다.
류현진의 팬투표 참패는 놀라웠지만 최종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30%의 비율이 반영되는 선수단 투표에 힘입어 류현진이 대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류현진은 155표를 받은 것에 반해, 양현종은 77표에 그쳤다. 그래서 팬 투표, 선수단 투표 합산 결과가 총점 35.69 대 35.07 류현진의 근소한 승리로 끝났다.
선수단 투표는 대중적 인기보다 올시즌 선수의 객관적 실력, 성적 등으로 평가되는 성향이 강하다. 다른 포지션들을 봐도, 선수들은 거의 객관성을 유지했다. 그런데 유독 류현진과 양현종 투표에서만 믿기 힘든 차이를 보였다.
류현진이 엄청난 거물 선수인 건 분명하지만, 양현종도 '대투수'라는 닉네임답게 못지 않은 스타 플레이어다. 팀 성적, 개인 성적 모두 앞서는데 2배 넘는 득표 차이가 난다?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투표를 한 선수들에게 직접 물었다. 비밀 투표가 원칙이니,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A구단의 한 선수는 "두 선수 모두 훌륭한 투수인 건 분명하다. 다만 이번 투표에서는 류현진 선수가 오랜만에 한국에 복귀했다는 상징성 때문에 그쪽으로 투표했다"고 밝혔다.
B구단에서 류현진에 투표한 선수는 "팬서비스 강화 측면을 고려했다. 오랜만에 올스타전에서 던지는 류현진 선수의 모습을 얼마나 기다리셨겠는가. 그리고 팬 뿐 아니라 선수도 보고 싶은 선수다. 그래서 류현진 선수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다른 구단 선수단 투표도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결국 단순 실력을 넘어 메이저리그에서 최고로 성공한 한국인 투수 류현진의 상징성과 한국 복귀 첫해의 프리미엄이 선수들의 표심을 움직였다. '류현진은 국내외를 통틀어 최고의 한국인 투수'라는 인식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두 선수의 실력, 인기로서의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닌 12년 만에 KBO리그에 돌아온 류현진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아쉬울 수 있겠지만, 앙현종은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오랜 기간 경쟁을 펼쳐온 라이벌 동료의 올스타전 복귀를 진심으로 축하해줄 아량을 갖춘 선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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