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수소폭탄'에서 '수호신'이 되기까지. 유니폼을 4번 바꿔입으며 보낸 굴곡 가득한 19년의 세월을 보냈다.
진해수는 지난 18일 수원 KT 위즈전에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2006년 데뷔 이래 19시즌만에 도달한 800경기의 순간이었다.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한 가득염(800경기)의 앞으로는 조웅천(813경기) 류택현(901경기) 정우람(1004경기) 이상 3개의 이름 뿐이다. 조웅천을 제외하면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의 역사들이다.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진해수에게 800경기의 무게에 대해 물었다. 진해수는 "지금까지의 800경기는 숫자일 뿐"이라고 답했다.
"2022년까지 769경기를 뛰었다. 800경기는 눈앞까지 다가온 목표였다. 하지만 지난해(19경기) 올해(12경기) 출전 경기수가 줄어들면서 이제야 800경기를 찍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지금까지 뛰어온 경기수가 아니라, 더 오랫동안 뛸 수 있는 경쟁력이다."
올해도 페이스가 올라오는 속도가 조금 늦었다. 하지만 지금은 롯데의 중간 허리를 착실하게 책임져주고 있다.
그는 '자부심'을 묻는 질문에도 "난 항상 입지가 위험했던 투수다. 매해 1년1년 절박하게 뛰었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자부심은 있지만, 경기수 자체에는 그런 마음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2차 7라운드(전체 50번)이란 낮은 순위로 프로에 입문, 올해까지 19시즌째 뛰고 있다. 프로 무대에서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아낸,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한편으론 극복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데뷔 초에는 나오기만 하면 경기를 터뜨린다 하여 진해수소폭탄이란 모욕적인 별명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특유의 빠른직구에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곁들여지면서 필승조급 좌완으로 성장했고, LG에서 뛰던 시절에는 '수도경비사령관', '수호신'으로 업그레이드된 별명을 갖게 됐다.
하지만 진해수는 자신이 엄연히 현역 선수인 만큼 과거보다는 현재를 바라본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 신인지명권(5라운드)과 맞트레이드되서 롯데에 왔는데, 1군에 등록된 날짜부터가 너무 적다. 올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내 가치를 보여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직구 평균 구속이 140㎞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좀처럼 김태형 롯데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 그래도 나오면 자신의 가치는 증명한다. 19일 수원 KT전에도 등판, 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고 올시즌 기록을 13경기 7⅓이닝 평균자책점 2.45로 끌어내렸다.
KIA 타이거즈에서 데뷔,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를 거쳐 지금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은 역시 LG다. 나름의 가치를 증명한 뒤 2015년 LG로 트레이드될 당시 진해수는 "LG가 손해본 트레이드가 아님을 증명하겠다"고 결기어린 외침을 남겼다. 2015시즌 중반부터 2023년까지 LG에서만 8시즌반을 뛰면서 120홀드를 기록, 자신의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진해수는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말에 "KIA에서 데뷔, LG에서 가을야구"하던 순간을 꼽았다.
한해 한해 기억을 쌓아올린 끝에 KBO에서 공식적으로 800-1 경기를 소개할 정도의 입지에 올라섰다. 진해수는 "축하한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가족들도 고생했다고 하더라"며 미소지었다.
올해 롯데의 행보 역시 예사롭지 않다. 3~4월에는 전체 9위였지만, 5~6월 월간성적은 10개 구단 중 3위다.
진해수는 "너무 멀리보고 한번에 올라가려면 힘들고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하루하루, 한달한달, 차근차근 플러스를 쌓아올리면, 어느 순간 목표에 도달해있을 것"이라며 "올해 롯데는 충분히 가을야구에 갈 수 있는 팀이라고 본다. 스스로를 믿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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