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 31이닝 1자책점의 완벽한 흐름으로도 막을 수가 없었다.
KIA 타이거즈의 불방망이가 '코리안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마저 무너뜨렸다. KIA는 23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가진 한화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 3방을 앞세워 5득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의 투구는 완벽에 가까웠다. 6월 3경기 모두 QS 비자책 투구를 했다. 5월 19일 삼성전부터 지난 18일 키움전까지 31이닝을 던져 자책점이 단 1점에 불과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한화와 계약하면서 뒤늦게 시즌을 출발한 여파, 시즌 초반 ABS(자동 투구 추적 시스템)존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22일 류현진을 선발 예고했으나, 비로 경기가 취소되자 더블헤더 1차전에 그대로 선발로 내보내는 쪽을 택했다. 최근 류현진이 보여준 투구를 돌아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류현진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인 2012시즌 KIA를 상대로 3승1패, 평균자책점 1.00의 '극강투'를 선보였다. 그러나 당시 '암흑기'였던 KIA는 올 시즌 리그 최강의 방망이를 자랑하는 우승후보로 탈바꿈 했다. 이런 KIA를 상대로 과연 류현진이 '킬러'의 면모를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2회까지 KIA 타선은 류현진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소크라테스-김도영-최형우-나성범으로 이어지는 KIA의 중심 타선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직구와 체인지업, 커브를 자유자재로 존 구석구석 찔러넣는 류현진의 투구는 '예술'에 가까웠다. 류현진은 3회말 1사후 한준수에 우선상 2루타, 서건창에 중전 안타를 맞으면서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박찬호를 뜬공, 소크라테스를 루킹 삼진 처리하면서 결자해지했다.
한화 타선도 힘을 냈다. 2회초 2점을 얻은데 이어 3회초 채은성의 3점포로 5-0 리드를 만들었다. QS 행진을 펼쳐온 류현진 쪽으로 흐름이 그렇게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곧 류현진에게 악몽이 시작됐다.
류현진은 4회말 선두 타자 김도영과의 1B1S 승부에서 뿌린 125㎞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되면서 좌중월 솔로포를 허용했다. 이어진 최형우와의 승부에선 몸쪽에 148㎞ 직구를 뿌렸으나, 타구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백투백포'가 됐다. 류현진은 2사 1루에서 한준수의 타구를 놓쳐 내야 안타를 내주고 서건창에게 볼넷까지 허용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박찬호를 유격수 땅볼로 잡으면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5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소크라테스에 볼넷, 김도영에 빗맞은 우중간 안타를 맞으면서 다시 주자를 쌓았다. 류현진은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나성범에게 뿌린 145㎞ 직구가 또 한 가운데로 몰렸고, 이를 놓치지 않은 나성범이 좌월 동점 스리런포로 연결했다. 동점 순간 류현진은 허탈한 듯 주저 앉으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동점 충격 속에 이우성을 땅볼 처리한 류현진, 100개의 투구 수가 넘어간 가운데 한화 벤치가 움직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닝을 끝마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고, 초구로 최원준을 유격수 직선타 처리하면서 기어이 5이닝을 채웠다.
최종 기록은 5이닝 8안타(3홈런) 2볼넷 5탈삼진 5실점. 올 시즌 14경기 80이닝 동안 단 1개의 피홈런만 허용했던 류현진이었지만, 이날만 3개의 홈런을 얻어 맞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패전을 모면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더블헤더 1차전은 시소전 끝에 한화가 9대8로 승리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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