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걸리면 넘어갈 것 같기는 한데….
임팩트는 엄청 강했다. 하지만 냉정히 따지면 실속은 크지 않다. 깜짝 데뷔 홈런과 4삼진 경기 사이, 폭풍 같은 4일이 지났다. '9억팔 투수'에서 타자로 전격 변신을 선언한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 이야기다.
2021년 키움 1차지명을 받은 대형 유망주. 고교 때부터 150km가 훌쩍 뛰어넘는 공을 던져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도 높였지만, 키움의 9억원 베팅 승부수에 결국 KBO리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쉽지 않았다.
공은 엄청나게 빨랐다. 하지만 제구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키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난 3년간 많은 기회를 줬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시즌을 앞두고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다.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견. 하지만 장재영은 일생일대 승부수를 던졌다.
팔꿈치에 무리가 가지 않는 타자로의 전환. 투수로서 힘들겠다는 판단 하에 힘든 결정을 했다. 벼랑 끝에서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팀 4번타자도 쳤던 자신의 야구 재능을 믿어보기로 했다.
키움이 장재영의 타자 변신 소식을 전한 게 지난달 19일. 2군에서 홈런도 치고 했지만, 홍원기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당장 수비 포지션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 또 2군과 1군은 투수들의 레벨 자체가 달랐다.
하지만 키움의 얕은 선수층, 떨어지는 성적 속에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장재영을 과감히 올렸다.
20일 한화 이글스전 전격 1군 콜업이 됐고, 장재영은 첫 경기부터 2루타에 볼넷 2개를 골라내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2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홈런포도 쳤다. 타자로서의 첫 대포. 그것도 롯데 에이스 윌커슨을 상대로 뽑아낸 홈런이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간 타구가 고척돔 전광판을 때렸다. 장재영의 원초적 힘을 확인할 수 있는 타구.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실패한 9억원 계약금 유망주의 타자 변신, 그리고 3경기 만에 터진 대형 홈런. 스토리는 충분했다.
장재영은 이튿날 두 얼굴의 사나이로 변신했다.
23일 롯데전 4타수 4삼진 굴욕을 당했다.
들뜨기엔 이르다는 현실을 깨우친 하루. 비록 초대형 홈런이 화제가 됐지만, 4경기 타율은 12타수 2안타 1할6푼7리. 삼진 6개에 병살타가 2개다. 생산성, 효율 측면에서 많이 떨어진다. 상대팀들이 장재영의 특성을 분석하면, 그 다음부터는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들 것이기에 승부는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제 막 타자로 시작인 선수에게 가혹한 평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프로 1군 무대는 확률이 떨어지는 선수에 무한한 기회를 줄 수 없는 곳이다. 결과로 증명하지 못하면, 그 기회는 다른 경쟁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프로 구단의 룰이다.
가능성은 분명 확인했다. 힘은 어마어마하고, 폼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1군 타자로 자리를 잡으려면, 확률을 더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건, 홈런으로 들뜰 수 있는 날, 그 다음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데 대해 더 기뻐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명확히 알고 있다는 의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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