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헬게이트를 넘나든 사우스게이트.'
유로2024에서 최고의 '진땀승부'로 기록될만한 경기가 나왔다. 1일(한국시각) 열린 잉글랜드와 슬로바키아의 16강전이다. 드라마 그 자체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 잉글랜드가 전반 25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잉글랜드는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앞서 열린 스위스-이탈리아의 16강전에서 스위스가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디펜딩챔피언 이탈리아를 초토화시킨 것처럼 슬로바키아도 잉글랜드를 철저하게 봉쇄했다.
후반 추가시간 6분이 주어졌을 때 유효슈팅을 1개도 날리지 못한 잉글랜드의 패색이 짙었다. 슬로바키아 최초의 잉글랜드전 승리, 유로2020 우승(이탈리아)-준우승팀(잉글랜드)이 모두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대참사'가 벌어질 것 같았다. 경기 종료 1분 전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의 극장골로 맞이한 연장 승부에서 잉글랜드는 1분 만에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헤더 결승골로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이런 경기를 보면서 열성적이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축구팬들이 가슴을 졸인 것은 당연지사. 지켜보던 축구팬 이상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이가 있었으니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54)이다. 영국 언론들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에 주목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경기 시작 전에 쏟아진 야유와 욕이 경기 후 환호로 변했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지옥문'을 넘나들어야 했던 현장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 매체는 '경기 시작 전 선수단 소개에서 사우스게이트의 이름이 호명되자 야유가 쏟아졌다. (벨링엄이 동점골을 넣기 전)94분 동안 잉글랜드 관중의 감정은 좌절감에서 분노로 변했다'면서 '내내 야유를 퍼부었던 그들은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박수를 유도하는 제스처를 취하자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16강 이전까지만 해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고집'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다. 황금 멤버를 보유하고도 조별리그에서 똑같은 선발 기용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첼시에서 최고 활약을 했던 콜 팔머에게 기회를 주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이날 16강전 선발진은 종전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의 고집은 어떻게든 승리를 가져 온 '소신축구'가 됐다. 케인이 결승골을 터뜨릴 때 조력자 3명이 모두 교체 투입한 선수들이었다. 팔머의 프리킥으로 시작된 문전 공략에서 에제의 논스톱 슈팅에 이은 아이반 토니의 헤더 패스가 케인에게 연결됐다. 이들을 교체 투입한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골을 합작한 결과물 앞에서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늦은 선수 교체와 교체카드 총 5장 중 2장을 아껴둔 채 연장전을 맞아 슬로바키아와의 체력전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선견지명'으로 포장됐다. 슬로바키아는 전·후반 교체 5명을 모두 소진했다가 연장 추가 카드 1장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경기 후 "이상하겠지만 나는 16강전에서 끝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마지막 기회를 완성했다. 이것이 우리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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