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수염은 어울리지 않더라도 당분간 길러보려 한다."
황재균이 꿈틀대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가는 KT 반등의 핵이다.
KT는 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6대5 신승을 거뒀다.
승리의 주역은 여럿 있었다. 선발로 나와 6이닝 3실점 호투를 해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 5회 역전 스리런에 11회 쐐기타를 치며 4타점을 쓸어담은 강현우, 경기 후반 팽팽한 싸움을 든든하게 이어준 김민과 박영현, 11회말 2실점 했지만 데뷔 첫 세이브로 승리를 지켜준 박시영까지…. 모두 다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는 황재균이었다. 3-3으로 팽팽하던 11회초 무사 1루 찬스.
황재균은 지난달 5일 맞대결 삼진 세리머니 논란으로 얼굴을 붉혔던 한화 불펜 투수 박상원과 딱 만났다.
초구 희생번트 실패. 하지만 전화위복이었다. 작전이 치고 달리기로 바뀌었다. 힛앤드런에 반색한 황재균은 기 막힌 대응으로 박상원의 공을 당겨 3루 베이스 옆으로 빠져나가는 결승 2루타를 때려냈다. 막힌 혈이 뚫린 KT는 11회 2점을 더 추가하며 승부를 갈랐다.
황재균에게 올시즌은 힘든 한해다. 개막부터 부진이 이어졌다. 개막 후 3월 8경기 타율이 1할7푼2리에 그쳤다. 홈런 없이 1타점. 황재균의 이름값에 전혀 걸맞지 않은 성적이었다.
전반기 마감이 다가오는데, 큰 반전은 없었다. 공-수 모두 전성기 시절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2020 시즌 21홈런을 마지막으로 장타력이 급감했다. 타고투저 시즌임에도 4홈런에 0.351의 장타율에 그쳤다. 황재균이 위력을 잃자, KT도 순위 싸움에서 밀렸다.
하지만 올해 만큼은 힘들 것 같았던 KT가 또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근 4연속 위닝 시리즈로 상위권 추격에 고삐를 당겼다.
2일 한화전도 연장승을 거두며 5연속 위닝시리즈의 발판을 마련했다.
팀의 상승세와 맞물려 황재균도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3할2푼1리. 타점도 6개를 수확했다. 지난달 25일 SSG 랜더스와의 3연전부터 조금씩 감을 잡는 모습. 2안타, 3안타 경기 포함, 7경기 중 6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해 내고 있다.
황재균은 한화전 연장 결승타 장면을 돌이키며 "역전 상황에서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는 방법만 생각했는데, 초구 희생번트를 실패해 죄송했다. 내심 치고 달리기 사인이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감독님과 내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타구 방향에 운도 따랐다. 팀 분위기가 좋다보니 이런 상황도 좋게 풀리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황재균은 "최근 타격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지만,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믿어주고 힘을 불어넣어 준 덕분에 잘 극복할 수 있었다. 덕분에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최근 팀의 상승세 속에 황재균이 안타 생산량을 늘리면서 바뀐 모습이 있다. 못 보던 콧수염을 기르고 있다. 2006년 신인 시절부터 황재균이 면도를 하지 않은 모습은 거의 없었다. 늘 말끔한 모습을 유지했다.
안하던 행동의 행간에서 나름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황재균은 "팀도 계속 위닝 시리즈를 기록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니 수염은 어울리지 않더라도 길러보려고 한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대전=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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