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투구수 105구의 기적이 일어났다. 청룡기에서 9이닝 완봉승 투수가 탄생했다.
평택 청담고는 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 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개성고와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4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승리의 중심에 투수 강병현이 있었다. 우완 사이드암인 강병현은 이날 청담고의 선발 투수로 등판해 혼자서 9이닝을 책임졌다.
위기 관리 능력이 빼어났다. 주자를 내보내더라도 실점하지 않고 투구수를 아꼈다. 1회말 선두타자 박승주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고, 이후 희생번트까지 내줬지만 2타자 연속 범타 처리에 성공했다. 2회에도 선두타자 김승주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으나 주자가 견제 아웃되는 행운이 따랐고, 이후 조민성과 최준영을 내야 플라이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회에도 1아웃 이후 심강보에게 안타를 허용한 이후 박승주와 김태율을 범타로 아웃시켰고, 4회와 5회에는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그러는 사이 청담고가 선취점을 뽑았다. 4회까지 막혀있던 팀 공격이 살아나면서 1-0 리드를 잡았고, 강병현의 투구에도 점점 더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6회 선두타자 심강보에게 안타를 허용한 이후 실점하지 않고 후속 세타자를 깔끔히 처리한 강병현은 7회에도 1아웃 이후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낸 후 도루를저지하는 행운이 따랐다. 동료들의 집중력이 강병현을 도왔다.
8회에도 삼자범퇴를 기록한 강병현은 청담고가 4-0으로 앞선 9회말 완봉의 운명이 걸린 투구를 이어갔다. 점수 차에는 여유가 있었고, 이제 강병현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선두타자 박승주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이대로 완봉이 무산되나 싶었다. 하지만 벤치는 투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100구에 육박한 상황에서 김태율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했고, 김민준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할 당시 한계 투구수 105구에서 딱 3개 남은 102구였다.
3구 내에 마지막 타자와의 승부를 끝내야 하는 상황. 그렇지 않으면 청담고가 강제로 투수를 바꿔야 했다. 강병현은 마지막 타자 여지환을 상대로 1,2구 연속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그리고 마지막 1구. 여지환이 한가운데 공을 건드려 중견수 플라이로 잡히면서 그대로 경기는 끝이 났다. 강병현의 최종 기록은 9이닝 4안타 4탈삼진 1볼넷 1사구 무실점. 105구 완봉승.
강병현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22년 황금사자기에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둔 적이 있었다. 당시 청담고는 2016년 창단 후 첫 전국대회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켰었고, 수술로 인해 1년 유급한 강병현이 3학년으로 청룡기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 다시 완투에 성공했다.
고교야구에서 1일 투구수 105개 제한이 도입된 2018년 이후 9이닝 완봉승은 사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특히 전국 대회로 범위를 좁히면 더더욱 기적이나 다름 없다. 팀 전력도 받쳐줘야 하고, 상대 타자들도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해야 가능하다. 행운이 필요한데, 그 행운을 강병현이 해냈다.
강병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운이 좋았다. 마지막에 투구수 3개가 남아있어서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스트라이크를 무조건 집어 넣었다. 타자가 빨리 쳐준 덕분에 끝낼 수 있었다. 점수 차가 있어서 단타 정도는 맞아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빨리 빨리 들어갔다"며 밝게 웃었다. 팀 동료들이 청룡기 완봉승 기념구를 챙겨줬다.
2학년을 마친 후, 지난해 3월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상이라 낙심도 했지만, 받고 나서는 그냥 1년 더 한다는 생각으로 했다. 재활도 잘 마쳤고 이제는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온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사이드암인 강병현은 직구 최고 구속이 130km대 초반에 불과하다. 이날도 최고 구속 133km을 기록했다. 그러나 제구에 자신이 있다. 사이드암 특유의 장점을 살리는 투구로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강병현은 "KT 위즈 고영표 선배님을 가장 좋아한다. 저랑 투구폼은 다르지만, 그래도 제구나 변화구면에서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다"면서 "저 역시 공이 빠르지는 않아도 컨트롤에는 자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목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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