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운도 따라야 한다니까요."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후반기를 전망하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이 감독은 "어느 팀에 운이 따르나 보자"며 웃었다.
프로,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세계다. 하지만 정말 운에 기대야 할 때도 있다.
왜 이 감독은 '운' 얘기를 했을까. 선발 로테이션 때문이다. 개막 초반에는 각 팀들이 에이스부터 5선발까지 정해놓은 순서대로 로테이션을 돌린다. 그 때는 선수들도 힘이 넘치고, 부상도 없을 때다. 그래서 양팀 로테이션이 비슷하게 맞아 돌아간다. '1선발 vs 5선발' 이런 매치업이 잘 안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 당연히 변수들이 생긴다. 부상, 우천 취소들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이 엉키기 일쑤다. 여기서 각 팀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뜨거운 팀이 꼴찌 키움이다. 3일 LG 트윈스전까지 승리하며 파죽의 6연승을 질주했다. 후라도, 헤이수스 원투펀치가 2, 3일 LG를 울렸다. 키움이 최하위라고 하지만, 나머지 9개팀들은 키움을 절대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특히 후라도와 헤이수스가 등판하는 날은 바짝 긴장을 해야 한다. 공포의 팀으로 변신한다. 두 투수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다. 후라도 8승4패 평균자책점 3.33, 헤이수스 10승4패 평균자책점 3.14다. 헤이수스는 리그에서 유일한 10승 투수다.
어차피 키움을 만나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구위가 떨어지는 국내 선발들과 만나면 상대팀은 천만다행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 반대로 LG같은 경우는 '왜 우리에게만'이라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 키움과의 맞대결 3승7패로 열세인데, 가장 큰 원인은 후라도와 헤이수스를 각각 3번씩이나 상대했기 때문이다. 헤이수스는 LG를 만나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0.00을 찍고 있다. KIA 타이거즈, KT 위즈, SSG 랜더스, 두산 베어스는 헤이수스와 딱 1번만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NC 다이노스는 지난달 18일부터 두산-SSG-키움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9연전을 진행했다. 오래 집 떠난 것도 힘든데, 정말 운도 없었다. 9경기 상대 선발이 브랜든-최원준-알칸타라(이상 두산) 시라카와-김광현-앤더슨(이상 SSG) 김윤하-후라도-헤이수스(이상 키움) 이었다. 강인권 감독은 "상대 외국인 투수를 다 만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SSG 3연전의 경우 외인에, 외인급 김광현까지 들어오니 더 골치가 아팠다. 실제, 키움과의 첫 경기 데뷔 첫 선발인 고졸 신인 김윤하 등판 경기에서 9회 믿기 힘든 역전 끝내기 패를 당하자, 이후 2경기는 힘도 못 써보고 진 NC였다.
KT도 사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치르기 위해 대전에 내려올 때 불안했다. 원래는 한화 3~5선발을 만나야 할 차례였는데, 지난 주말 한화가 비로 부산 원정에서 1경기밖에 하고 오지 못하며 와이스-류현진-바리아 1~3선발을 다 만나게 된 것이다. KT는 주말 삼성 라이온즈와의 더블헤더 포함, 3경기를 다 치른 가운데 원래 로테이션이 쿠에바스-벤자민 원투펀치 출격 차례였다. 선발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운데, 비가 상황을 꼬이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KT는 이틀 연속 1점차 승리를 거두며 한숨 돌렸다. 이 감독은 "경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어도, 이렇게 에이스들끼리의 경기에서 이기면 오히려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질 수 있다"며 긍정의 효과도 있음을 알렸다. 이 감독은 "이제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된다. 또 올해는 올스타 브레이크가 없어 전 구단이 후반기 시작과 함께 로테이션을 재정비 하기도 쉽지 않다. 의도 없이, 운이 없어 상대 상위 선발들을 계속 만나는 팀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순위 싸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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