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10년 가까이 독일 무대를 누빈 한국인 수비수 박이영(30·카야)이 필리핀 현지에서 소매치기 범죄를 당한 사실이 공개됐다.
박이영은 5일(한국시각) 개인 SNS 게시글에 장문의 사연과 함께 두 명의 여성이 담긴 영상을 공유했다.
"BGC(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 소매치기 경보!"라고 시작한 글에서 최근 필리핀 현지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보니파시오에서 길을 걷고 있었다. 6명의 여성이 나를 둘러싼채 조용하게 오랫동안 머물렀다. 3명이 내 앞을 막아 내가 빨리 걷지 못하도록 했고, 다른 이들은 내 뒤에 바짝 붙어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뿔뿔이 흩어졌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바로 가방을 확인했다. 지퍼가 열려있었고, 지갑이 없어진 걸 깨달았다. 그들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세 그룹으로 흩어져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나는 그중 한 그룹을 쫓았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지갑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들은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에게 미쳤냐면서 '우린 당신 지갑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화를 내고, 과대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갑을 훔쳤다는 것을 더욱 확신했다. 근처 경비원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경비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계속해서 "나는 (그들을)계속 쫓았다.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다다르자, 공범 한 명이 다른 공범에게 '지갑을 돌려주고 그만 떠나자'고 했다. 그렇게 지갑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나는 지갑에 있는 신분증, 카드 등을 확인한 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현금은 일부 빠져있었다. 이게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박이영이 직접 찍은 영상에는 필리핀 출신으로 보이는 여성 2명이 어디론가 빠르게 걷고 있다. 한 명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영상 말미에는 이들이 달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박이영은 "이 얼굴을 공유해달라"고 적었다. GMA 뉴스 등 필리핀 매체들도 '한국인 축구선수가 필리핀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내용을 기사화했다.
박이영이 용기있는 행동으로 범인을 직접 검거했지만,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지난달 한 한국인 관광객이 필리핀 관광명소인 앙헬레스에서 강도에게 소매치기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열흘만인 지난 3일 끝내 숨을 거뒀다.
박이영은 '독일에서 장기간 활약한 한국인 선수'로 국내 축구팬들에게 잘 알려졌다. 축구명문 보인중 출신인 라이트백 박이영은 특이하게 2014년 필리핀 클럽 팀 사커루에서 프로데뷔한 이후 줄곧 해외 리그를 누볐다. 2015년 독일 클럽 장크트파울리에 입단해 독일 축구와 연을 맺은 뒤, 2024년까지 머물렀다. 2017~2018시즌 독일 2부에서 15경기를 뛰었고, 빌레펠트전에서 팀 잔류를 확정하는 데뷔골을 넣어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 2월 FA 신분으로 카야에 입단하며 7년만에 필리핀 무대로 복귀해 올시즌 11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30일 스탈리온 라구나전에서 팀의 3-2 승리를 이끈 뒤 봉변을 당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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