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방금 전 투수가 타자로, 타자는 야수로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장면이 또 하나 나왔다.
지난달 3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9회초 시작과 함께 야구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KIA가 6-30으로 지고 있던 날. 관중은 투수의 이름을 보자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박정우(26).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전체 64순위)로 KIA에 입단해 줄곧 외야수로만 뛰었던 선수다.
점수 차가 벌어진 만큼, 투수 소모를 줄이겠다는 생각. 또한 이미 앞에서 8명의 투수가 나온 만큼, '필승조'를 제외하고는 나갈 선수가 마땅하지 않았다.
궁여지책 속에 나온 야수의 투수 등판. 관중들은 공 하나하나에 응원을 보냈다.
KBO리그 역사 상 30점 경기는 최초. KIA가 백기를 들었던 만큼, 두산 타자들도 100%로 상대하지는 않았다. 김재환은 2루수 땅볼로, 강승호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아웃카운트가 하나 남았을 때. 타석에 서는 타자에 관중들은 다시 한 번 환호했다. 8회말 올라왔던 투수 권휘가 타석에 선 것.
권휘는 8회말 2사에 올라와 김도영을 삼진 처리한 뒤 9회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야수가 투수로, 투수가 타자로 나선 기묘한 상황. 권휘는 초구 2개를 지켜본 뒤 이후 공 세 개에 헛스윙을 한 뒤 삼진으로 물러났다.
박정우는 KBO리그 투수 데뷔전에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권휘는 1타수 무안타를 작성했다.
권휘의 '설욕전(?)'은 곧바로 이뤄졌다. 9회초 선두타자로 박정우가 나온 것. 권휘의 148km 직구에 박정우의 방망이가 돌아갔고, 중견수 뜬공이 됐다. 권휘는 이후 이창진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선빈을 삼진, 서건창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이날 경기에 앞서 KBO리그에서 동일 경기 투수-타자 맞대결이 일어난 건 이날 경기 포함 총 세 차례 있었다. 모두 '베어스'였다. 1988년 4월26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렸던 OB 베어스(현 두산)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0회초 OB 투수 윤석환이 타자로 나서고, 삼성 투수 권영호가 마운드에 올라와 삼진을 잡아냈다.
10회말 이번에는 윤석환이 투수였고, 권영호가 타자. 결과는 땅볼이었다.
두 번째는 1998년 6월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해태 타이거즈(현 KIA)와 OB 베어스의 경기. 10회초 해태 투수 임창용이 타석에 섰고, OB 진필중이 투수로 나섰다. 진필중은 삼진으로 임창용을 잡았다.
10회말 진필중이 타석에 섰고, 임창용이 투수로 나와 삼진 처리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경기가 길어지면서 연장 13회초. 다시 타자 임창용과 투수 진필중의 대결이 펼쳐졌다. 결과는 뜬공.
16년이 지나 타이거즈와 베어스 경기에서 다시 동일 경기 투수-타자 맞대결이 펼쳐진 것. 그러나 이전 경기에서는 모두 투수와 투수의 대결로 야수와 투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박정우와 권휘는 덕수고 2년 선후배 사이.
이날 타석에 선 권휘는 "(박정우는) 고등학교 2년 선배인데 프로에서 이렇게 만나니 새로운 느낌이 났다"라며 "원래 공 던지는 능력은 타고 났던 선배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중학교 때 이후로 타석에 선 건 처음이었다. 타자로 나가는 것도 야구에 일부분이니 오랜만에 다채로운 야구를 한 거 같다. 안타를 치겠다는 욕심은 크게 없었다. 다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스윙도 했는데 타격은 못 하는 스타일이라 쉽지 않았다. 다만, 타자 시점에서 본 것도 도움이 된 거 같다"고 했다.
광주=이종서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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