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신)유빈이는 강심장, 계획이 다 있더라."
'지일파' 오광헌 여자탁구 대표팀 감독이 한일전 120분 혈투, 지독한 긴장감을 이겨낸 '대한민국 톱랭커' 신유빈(20·대한항공·세계 8위)의 4강행에 흐뭇한 마음을 전했다.
신유빈은 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 펼쳐진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단식 8강에서 '일본 에이스' 히라노 미우(세계 13위)와 풀게임 접전 끝에 게임스코어 4대3으로 승리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김경아 이후 무려 20년 만에 여자단식 4강행 역사를 썼다. 30일 임종훈(한국거래소)과 함께 딴 12년 만의 메달, 혼합복식 동메달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120분간 이어진 한일전은 반전 드라마였다. 신유빈이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게임스코어 3-0으로 앞서갔다. 낙승이 예상됐다. 그런데 패배 위기의 히라노가 옷을 갈아입는다며 '쿨링타임'을 가졌고 이후 흐름이 꺾였다. 히라노가 내리 3게임을 따내며 게임스코어 3-3까지 몰렸다. 그러나 신유빈은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다. 9-10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10-10, 듀스게임을 시작했고 백드라이브 싸움에서 승리하며 13-11 매치 포인트를 잡아냈다. 극적인 승리 이후 신유빈은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듯 눈물을 쏟았다. 벤치의 오광헌 감독이 기특한 애제자를 따뜻하게 다독였다.
이겨야 사는 한일전, 일본 선수들을 꿰뚫고 있는 오 감독의 벤치가 든든했다. 일본 슈쿠도쿠대 탁구부를 정상으로 이끈 오 감독은 2009~2016년 일본 여자국가대표팀 코치 및 주니어대표팀 감독으로 일하며 2016년 리우올림픽 동메달, 세계선수권 준우승,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 등에 기여한 '지일파' 지도자다. 히라노 미우, 하야타 히나, 이토 미마와 일본 톱랭커들과 4년간 동고동락했다.
오 감독은 "히라노 미우와 4년간 함께 해서 장점, 약점을 다 안다. 하지만 4년간 히라노의 탁구도 변했다. 다소 고지식한 면이 있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미들에서 돌아서서 포어드라이브를 치는 수준이 됐더라. 예전에는 백으로만 해결하려 했었다"고 분석했다. "3게임까지는 우리 작전대로 했는데 히라노가 옷을 갈아 입으러가면서 흐름을 깨더라. 이후 유빈이가 조금 물러났다. 유빈이한테 6~7게임 때 1게임을 생각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승부할 것을 주문했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도망가면 안된다'고 했고 이 주문대로 유빈이가 승부했다"고 승리의 이유를 돌아봤다."유빈이는 강심장이다. 무엇보다 계획이 다 있다. 그 점을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과제를 주면 스스로 연습하고 구체적으로 작전을 다 생각하고 들어오니 너무 고맙다"고 칭찬했다. 오 감독은 "이번 파리올림픽은 유빈이가 좀더 큰 선수가 되는 계기가 됐다. 2028년 LA에선 더 높은 곳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전했다.
3게임을 먼저 따낸 후 3게임을 내리 내주고 매치 포인트를 먼저 내준 상황에서 오 감독은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 유빈이가 백핸드를 과감하게 했다. 생각한 대로, 계획한 대로 가고 있었다. 리시브를 너무 돌리지 말고 살짝 힘을 빼라고 주문했다. 돌렸다가, 그냥 가볍게 줬다가, 길게, 짧게 다양한 작전을 섞어서 상대를 흔들었다. 유빈이가 영리하게 정말 잘해줬다"고 돌아봤다. 2004년 아테네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 이후 20년 만의 첫 4강이라는 말에 오 감독은 반색했다. "(신)유빈이는 항상 기록을 쓰는 선수, 역사를 쓰는 선수니까"라는 말로 뿌듯함을 전했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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