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도대체 얼마나 더웠길래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됐느냐고?
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 자이언츠-LG 트윈스전을 보기 위해 오후 3시경 KTX 울산역에 내렸다.
내리자 마자 "와, 덥다"라는 말이 자동을 터져나왔다. "이 날씨에 야구를 한다고?"라는 얘기도 했다. 이렇게 숨막히는 더위를 느꼈던 적이 언제였을까 돌이켜봤다. 2020년 축구 취재를 위해 태국 방콕에 갔을 때, 그 때 한낮 날씨가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야구는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문수구장으로 이동했다. 문수구장은 시 외곽에 위치했는데, 경기장이고 주차장이고 그늘을 찾아볼 수가 없는 구조다. 주차를 담당하는 관리 직원 얼굴에서 땀이 쏟아져 내리는 걸 보고 심상치 않다 생각했다.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구나'라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울산 지역 날씨는 그 시간 섭씨 35도를 찍었다. 체감 온도는 더했다. 여기에 저녁이 된다 해도 예보는 계속 36도를 찍고 있었다. 여기에 문수구장은 인조잔디였다. 열을 머금은 잔디, 그 잔디가 다시 뿜어내는 열은 대단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오늘같은 날씨에 경기를 하는 건 쉽지 않다"고 의견을 표시했다. 프로야구 감독의 입에서, 더위 때문에 경기가 힘들 것 같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절대 엄살이 아니라는 게 더 중요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도 "이런 날씨에 인조잔디에서 야구를 하라는 건 죽으라는 것과 같다"며 취소 의견에 동의했다. 두 감독 모두 선수들 야외 훈련을 최소화시켰다. 훈련 효율이 전혀 있을 수 없는 날씨였다.
이날 경기감독관은 허삼영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었다. 경기감독관이 지열을 체크하기 위해 온도계를 들고 그라운드에 나온 모습도 처음이라 이채로웠다. 손바닥으로 땅을 짚어본 허 감독관은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온도계는 50도를 찍었다. 최대치가 50도여서 그 이상 못올라 간 것이지, 그보다 더 높은 온도일 게 뻔했다. 그리고 약 10분 후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KBO리그 역대 최초의 폭염 취소(1군 경기 기준)가 그렇게 확정됐다.
최소가 확정된 후 그라운드로 내려가봤다. 직접 잔디를 만져봤다. 엄청나게 뜨거웠다. 오후 5시가 넘어 조금 식었다는 걸 감안하면, 3시경에는 얼마나 더 뜨거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단순히 뜨겁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 인조잔디의 열이 다 빠지려면 날씨가 시원해진 상태에서 최소 1~2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경기는 무리였다.
경기, 선수도 중요하지만 관중들과 경기 진행 요원들의 건강도 생각해야 했다. 선수들이야 몸이 잘 단련돼 오히려 걱정이 덜했지만, 같은 위치에서 계속 햇빛에 노출돼 서있는 진행 요원들이 가장 걱정이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 등 젊은 직원들이기에 큰 사고가 날 염려가 있었다.
뭐든지 역대 최초 사례를 만드는 건 어렵다.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KBO의 이번 결정은 과감했고, 옳은 선택이었다. 1년에 6경기밖에 치르지 못하는 울산시, 그리고 어쩌다 찾아온 직관 기회를 놓친 팬들, 구단 마케팅 담당자 등 아쉬운 사람도 많았겠지만 둑이 터진 후 막는 건 너무나 힘들다. 터지기 전에 예방 조치를 하는 게 현명했다.
울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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