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일루 와(웃음)."
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취재진과 만나 한창 이야기 꽃을 피우던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갑자기 먼 뒤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가 부른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의 '애제자' 양현종(37). KIA 코치 시절 연을 맺은 두 사제는 뭇사람의 시샘을 받을 정도로 끈끈한 정을 나누는 사이다. KT와 만날 때마다 어김없이 이 감독을 찾는 양현종의 손엔 무더위를 식혀줄 차가운 음료가 들려 있었다.
곧 시작된 두 사제의 대화.
이 감독이 "이제 무엇을 깨면 내 기록을 다 깨느냐"고 묻자 양현종은 "다 깼는데 10년 연속 10승은 못 깹니다"라고 씩 웃었다. 그러자 이 감독의 대답이 걸작이다. "하나는 남겨놔야지(웃음)."
해태 타이거즈에서 데뷔해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KIA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이 감독. 10년 연속 10승 뿐만 아니라 통산 2204⅔이닝과 152승, 1749탈삼진 모두 후배이자 제자인 양현종이 등장해 깨기 전까지 타이거즈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6일까지 통산 2459⅔이닝 176승, 2039탈삼진을 기록 중인 양현종은 이 감독의 기록을 넘어선 지 오래. 피땀으로 쓴 자신의 기록이 지워지는 건 이 감독에게 세월을 느끼게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지만, '기록 브레이커'가 가장 아끼는 제자라는 데 더 기뻐하는 눈치다.
이 감독은 "양현종이 미국(2021년)에 안 갔다면 대부분의 기록은 이미 다 깨져 있었을 것"이라며 "176승 모두 선발승이라는 게 대단하다. 앞으로 이 기록을 깨긴 정말 힘들 것이다. 대단한 선수"라고 엄지를 세웠다. 또 "이렇게 오래 선발 투수로 꾸준한 활약을 하는 선수가 나오긴 정말 힘들어졌다. 양현종이 대한민국 투수 기록은 다 깰 것 같다"며 "어떻게 던져야 (타자들에게) 안 맞느냐. 우리 (KT) 투수들에게 좀 가르쳐달라"고 말해 모두를 웃음짓게 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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