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김)원중이형, 내년에 잠실에서 보는 거에요?"
아낌없는 팬서비스가 넘쳐났던 올스타전 현장, 한켠에선 은밀한(?) 제안이 오갔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가 은근슬쩍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의 뒤에 자리잡았다. 그는 "내년에 잠실로 와요?"라며 장난을 걸었다.
당시 김원중은 "진짜 가요?"라며 특유의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받았다. 자이언츠TV 담당자는 "남으셔야죠"라며 간절하게 답했고, 옆에 있던 황성빈은 "그럼 보상선수로 네가 오는 거야?"라고 맞받아쳐 좌중을 빵 터뜨렸다. 김원중은 "어디를 갑니까. 전 부산에 있어야죠"라며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김원중은 올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업계 최고로 꼽히는 에이전시와 이미 계약도 맺었다.
이제 본인이 잘하는 일만 남았는데, 만만치 않다. 시즌 중반까진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지만, 7월 한달간 세이브가 '0'이었다. 7월 21일부터 31일까지, 5경기 연속 팀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 어느덧 1승5패 17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으로 성적이 나빠졌다.
6일 부산 NC 다이노스전에서 비로소 악몽의 사슬을 끊었다. 이날도 난조였다. 6-5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김원중은 첫 타자 김주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이후 박민우 서호철의 연속 안타, 폭투로 1사 2,3루 블론 위기를 맞이했다. 데이비슨은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그리고 권희동의 3루쪽 매서운 타구. 최항의 기막힌 점프캐치가 김원중을 살렸다. 마지막 김휘집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6월 28일 이후 38일만에 세이브를 추가했다.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 김원중은 웃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는 후련함보다는 미안함과 뜨거운 속내가 엿보였다. 경기 후 만난 취재진에겐 "야구 못했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며 씁쓸한 속내도 드러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어차피 내일이 오는 것 아닌가. 그런 감정에 젖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갈 때마다 더 열심히 던졌는데, 부진이란 게 이유를 알면 부진한 선수가 있겠나. 안될 때는 뭘 해도 안되더라. 내가 이런 부진 처음 겪는 건 아니니까. 그냥 내 공이 이기나, 타자 배트가 이기나 두고 보자! 단순한 마음으로 열심히 던졌다."
김태형 감독의 거듭된 신뢰에 대해선 "절대 당연하지 않다. 너무 감사하다. 그에 걸맞는 모습을 마운드 위에서 보여드리고 싶다.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 안일함이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도록 더 자신있게 던지는게 감독님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애써 태연한 척 답하는 모습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경기 내내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주시니, 우리보다 더 힘드실 것 같다. 덕분에 이렇게 던지고 있다. 오늘도 다시 마운드에 올라갈 힘을 얻었다"고 팬들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더그아웃에 앉은 김원중에겐 팬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주로 "사랑해요", "화이팅" 등 응원의 함성이었다.
그 와중에 한 중년 팬의 절규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거친 부산 사투리로 "(김)원중아! 좀 잘해라!"라며 애정 가득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 "니 KIA 갈라꼬? 고향 가고 싶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원중은 광주동성고 출신이다. 비시즌 훈련도 주로 후배들과, 고향에서 함께 한다. KIA 타이거즈전 때면 동향 선후배들과 만남을 갖기도 한다.
2012년 1라운드로 뽑힌 이래 롯데에 몸 담은지 벌써 13년째. FA를 앞둔 김원중을 향한 롯데팬들의 시선에 의심이 담긴 이유다.
김원중은 "안 갑니다!"라고 큰 소리로 답했다. 이어 "잘 할게요! 우어어어어!"하는 함성으로 팬들을 기쁘게 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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