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8번홀(파5) 짧은 버디퍼트가 성공하는 순간,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울컥하는 감격이 몰려왔다. 넘치는 눈물을 급히 훔쳐내며 올림픽 대회 첫 우승의 벅찬 감동을 만끽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은메달, 2021년 도쿄올림픽 동메달에 이은 올림픽 3회 연속 메달로 올림픽 금·은·동메달을 모두 보유한 세계 최초의 선수가 되는 벅찬 순간.
무려 12년이 걸리는 올림픽 3회 출전. 앞으로도 영원히 나오기 힘들 수 있는 "동화 같은" 상상이 현실이 됐다.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올림픽을 완벽하게 석권했다.
리디아 고는 11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파72)에서 막을 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2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올림픽 우승은 리디아 고에게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다. 올림픽 금은동 최초 석권과 동시에 LPGA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 조건에 단 1포인트 모자랐던 리디아 고는 이번 올림픽 금메달로 조건을 충족하게 됐다.
만 15세에 LPGA 투어 우승으로 '천재 골퍼'로 일찌감치 명성을 떨친 리디아 고.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지만 장밋빛 골프 인생 만은 아니었다. 한동안 슬럼프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던 그는 2022년 12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외아들 정준씨와 결혼을 앞두고 그해에만 3승을 거두고 세계 랭킹 1위에 복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매 순간 부단히 노력하고, 늘 겸손하고 친절한 인격의 소유자. 이날도 우승을 확정지은 뒤 연신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면서도 스코어카드를 내러가는 길목에서 만나 축하를 건네는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며 걸음을 늦추는 진정한 챔피언의 품격을 보여줬다.
은메달은 8언더파 280타의 에스터 헨젤라이트(독일), 동메달은 7언더파 281타의 린시위(중국)가 차지했다.
리우올림픽 박인비의 첫 금메달 이후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었던 한국은 두 대회 연속 노메달에 그쳤다.
양희영이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가장 높은 순위인 공동 4위로 한국골프의 자존심을 지켰다. 양희영은 이날 버디 6개, 보기 3개로 3타를 줄였지만, 동메달까지 딱 1타가 부족했다. 양희영은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공동 4위를 차지한 바 있다.
고진영과 김효주는 나란히 3타를 줄이며 공동 25위(1오버파)로 대회를 아쉽게 마쳤다.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는 이날 3타를 잃어 공동 22위(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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