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 아파트' 사태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했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관 특혜가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021년 3월 불거진 LH 투기사태로부터 3년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리'라는 수식어가 LH 옆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감사원은 지난 8일 LH 전관특혜 실태에 대한 주요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2개 공공주택사업지구 가운데 23개 지구(22.5%)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16개 지구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7개 지구는 시공 단계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는 검수·감독 업무를 태만히 하면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건축사무소가 무량판 구조 설계 용역에서 규정과 다르게 구조 계산과 도면 작성을 분리하고, 승인받지 않은 업체에 하도급·재하도급하는 과정에서 부실과 오류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LH가 전관 업체의 잘못을 봐주는 등 특혜를 준 사실도 드러났다.
LH는 청주지북 공공임대주택 조성 공사에서 설계 오류를 확인하고도 전관 설계 업체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다. 화성 비봉 등 4개 지구를 감리한 전관 업체에는 발급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는데도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했고, 고성남외지구 등 3개 지구는 품질미흡통지서 발급 대상인데도 품질관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전관 업체 봐주기는 거액의 현금을 받고, 해외 접대 골프 여행 등을 다닌 LH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시작됐다.
LH 차장급 A씨는 전관 업체로부터 받은 상품권으로 명품 가방을 구매해 사용했고, 10회에 걸쳐 현금 4560만원을 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다. 퇴직한지 2년이 안 된 전관들과 4회에 걸쳐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으로 골프 여행을 했음에도 부서장 등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LH 부산울산지역본부 소속의 B씨와 대전충남지역본부 소속의 C·D씨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업체인 전관 E씨로부터 연간 10여차례 골프 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과 'LH 임직원 행동 강령'에 따르면, LH직원은 직무와 관련해 어떤 금품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퇴직 후 2년이 안 된 퇴직자와 골프, 여행 등의 사적 접촉이 금지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직원들은 이같은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해당 전관 업체들은 LH가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주한 설계 용역의 69.2%(1조1645억원), 감리 용역의 90.6%(1조4605억원)를 수주했다.
감사원은 현재 LH에 이들에 대한 정직을 요구하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받도록 관할 법원에 관련 사실을 알릴 것을 통보했다.
3년전인 2021년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자사의 사업계획지에 땅을 사들이면서 불거진 LH 투기사태 당시에도 전관 특혜에 대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LH 전·현직 직원이 결탁해 내부 정보를 활용, 땅을 사들였고,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에 택지 감정평가 등 수백억원대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LH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면서 존폐 위기에 몰리기까지 했다. 당시 극에 달했던 불신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 순살 아파트 전관 논란이 터지면서 LH 조직 가치에 대한 논란은 재점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LH는 무량판 구조 설계·시공 감독, 오류검증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사항은 대부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부분은 즉시 이행하고, 향후 유사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직 쇄신과 관련해서도 올해 1월부터 'LH 혁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업무 프로세스 등의 점검과 보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LH 관계자는 "부실을 유발한 설계·시공·감리업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요구하거나,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벌점부과 처분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며 "향응을 받은 관련자들은 적발 즉시 직위 해제했으며,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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