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KIA 타이거즈의 진심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2월 일본 고치현에 퓨처스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당시 심재학 KIA 단장은 직접 캠프를 찾아 시설을 점검하고 선수단과 만남을 가졌다.
이때 심재학 단장은 현지 야구 관계자들로부터 교토국제고등학교의 안타까운 사정을 접했다. 야구공이 부족하다보니 낡은 공에 비닐테이프를 감아 재활용해 쓰는 등 어려움에 처해있었던 것.
이에 KIA 구단은 고민 끝에 퓨처스 캠프에서 쓰던 공 1000개를 교토국제고에 기증했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지난 3월 "귀중한 기부에 감사드린다. 기부해주신 야구공은 부원들의 연습에 의미있게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올 여름에 지켜졌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21일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여름 고시엔) 준결승에서 아오모리야마다 고등학교를 3대2로 격파했다. 오는 23일 간도다이이치고교와 결승전을 치른다. 이렇게 미담으로 발전하게 된 것.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만든 이른바 '민족학교'로 시작했다. 2003년 일본 정부의 공식 인가를 받았고, 이듬해부터 일반 학생들도 받기 시작했다.
전교생이 남녀 합쳐 160명 뿐인 작은 학교다. 재단은 한국계자본이지만, 일본인 비율이 70%에 달할 만큼 현지 사회에 녹아들었다. 남학생 대부분은 외부에서 스카우트해온 야구부원, 일본 학생들이다. 고시엔 진출의 꿈을 안고 교토로 온 청춘남아들이다.
하지만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는 그대로다. 고시엔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우렁차게 교가를 합창하고, 패자는 반대편에 도열한채 이를 듣는 문화가 있다. 덕분에 교토국제고가 고시엔에 진출하면 유서깊은 고시엔 무대에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고시엔은 전국 47개 도도부현 중 도쿄, 홋카이도(이상 2팀)를 제외한 지역에선 단 1개 팀만 출전할 수 있다. 그렇게 총 49개팀이 참여한다. 가나가와현의 경우 올해 지역예선에 168개교가 출전했다.
다시 말해 고시엔은 지역 예선에서 부전승 포함 7~8연승을 거둬야 오를 수 있는 무대이고, 전경기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고시엔에서 다시 5~6연승을 해야 우승에 입맞춤할 수 있다. 때문에 1915년 시작돼 무려 110년째 이어져온 대회임에도 아직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이 수두룩하다.
교토 역시 관서 지역의 격전지 중 하나다. 지역예선에만 70여개 학교가 참여한다. 전통의 지역강호 류코쿠대학 부속 헤이안고교가 2014년 봄 고시엔, 1956년 여름 고시엔을 우승한게 교토 지역의 마지막 우승이다.
교토국제고의 야구부 창단은 1999년이었지만, 2021년 처음으로 교토 대표로 봄, 여름 고시엔에 진출했다. 이해 봄 고시엔 대회에서 4강에 오르며 국내에도 유명세를 탔다. 2022년 여름 고시엔 본선 진출에 이어 올해는 급기야 여름 고시엔 결승 진출의 쾌거를 달성한 것.
도쿄나 오사카, 가나가와현 등 도쿄 근방의 초격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시엔 진출 경쟁이 덜하고, 철저하게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학교 환경 덕분에 일본 중학교 야구 유망주들 사이에 한층 더 주목받는 학교가 됐다.
고시엔 우승은 곧 지역의 자랑이다. 교토는 1956년 이후 헤이안고교를 비롯해 교토세이쇼고교, 교토외대 부속 니시고교 등이 결승에 올랐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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