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 말박물관의 네 번째 초대전, 제혜경 작가의 '무한경주'가 9월 6일에 열린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근에 작업한 '경주' 시리즈이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근육질의 마필과 기수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속도감은 그야말로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한다.
붓과 나이프가 빠르게 오간 화면은 관람객들에게 가까이서 경주를 보는 듯한 기분 좋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육중한 마체와 경쾌한 복색의 기수들이 자아내는 대비는 화려한 피아노의 변주곡을 연상시킨다.
전시에 앞서 밝힌 소회와 같이 작가는 30대에 뜻하지 않은 큰 사고로 10여년을 거의 침상에서 보냈다.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더딘 회복과 고된 재활에 지쳐 있던 작가에게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빛을 던져 준 것이 바로 '말'이다. 언니가 직접 찍어 보여준 몇 장의 경마 스틸 사진에서 작가는 섬광 같은 생명의 빛을 본 것이다.
그리고 경주마를 그리고 싶은 마음과 다시 일어서고 싶다는 마음을 부목 삼아 작가는 힘겹게 붓을 들어 캔버스 앞에 서기 시작했다. 어쩌면 '기적'이라는 단어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그림을 통한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도 작가는 캔버스에 매번 새로운 무곡(舞曲)을 써내려가고 있다. 말의 강렬함은 때로 구상으로 다 담을 수 없어 면을 분할하며 추상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작가를 일으켜 세운 아름다운 질주는 우리에게도 뜨거운 생의 찬미로 다가온다.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경주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작품들도 인상적이지만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해 초대전을 여는 작가의 스토리도 현대인들에게 용기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많은 관람을 부탁했다.
제혜경 작가의 초대전은 10월 20일까지 열리며 전시 첫 1~2주는 하반기 야간경마로 금요일과 토요일 관람시간이 낮 12시30분부터 오후 8시로 조정된다. 이후 관람시간은 종전과 같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매주 월요일 정기 휴관, 추석 휴장기 및 공휴일 임시 휴관).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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