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큰일은 뭔 큰일!" 포항 스틸러스는 코리아컵(구 FA컵) 준결승을 앞두고 '큰일 났다'고 할만한 나쁜 소식을 접했다. 주전 스트라이커 이호재와 중앙수비수 이동희가 부상으로 남은 시즌 뛸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박태하 포항 감독(56)은 웬 호들갑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중요한 선수들이지만 한두 명 빠진다고 흔들릴 팀이 아니라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포항은 2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4강 2차전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2대1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호재 이동희 말고도 외국인 공격수 조르지까지 축농증을 호소해 명단에 넣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K리그에서는 포항이 4연패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에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가장 초조해야 할 사람이 바로 사령탑이었지만 박태하 감독은 태연했다. 그의 '믿는 구석'은 경기 결과로 나타났다.
포항은 리그를 뒤흔들 만한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시즌 내내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박태하 감독은 늘 "우리 팀은 누가 빠지거나 누가 들어가도 일관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팀 포항'의 장점이다. 박태하 감독은 누구보다 포항을 잘 아는 원클럽맨 출신이다. 4년 가까이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으로 내공을 쌓고 돌아와 포항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박태하 감독은 "큰일은 무슨 큰일인가. 나 대신 많이 아쉬워 해달라"며 웃었다. 이호재는 9골-5도움을 기록해 팀 내 득점 1위, 공격포인트 1위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천에서 영입한 이동희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주전 센터백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차포를 다 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박태하 감독은 "남들이 보기에는 공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빠져버리니까 팀이 거의 망가지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포항은 전통적으로 선수 이탈에 내성이 강한 팀이다. 당장 2023시즌이 끝났을 때부터 '포항은 큰일났다'고 했다.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나고 공격 핵심 고영준(파르티잔) 김승대(대전) 제카(산둥)와 주전 센터백 하창래(나고야) 그랜트(톈진)까지 주전 절반이 이적했다. 공격에서는 이호재를 비롯해 백성동 정재희 김인성이, 수비에서는 이동희 전민광이 '박태하호'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제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보강한 안재준 민상기가 이호재와 이동희의 공백을 지울 차례다.
포항은 제주를 제물 삼아 공식전 연패 늪에서 탈출하며 리그에서도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4연패를 당했다고는 해도 실질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6위 포항은 승점 44점으로, 1위 강원FC(승점 50점)에 6점 뒤처졌다. 박태하 감독은 "우리가 전반기에 승수를 잘 쌓아둔 덕에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언제든지 추격할 수 있는 위치다. 대회는 다르지만 연패를 끊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결승 진출에 안주하지 않고 리그도 준비 잘해서 좋은 경기하겠다"고 했다.
선수단도 크게 동요된 적이 없다. 코리아컵 준결승 최우수선수 어정원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최근에 분위기가 좋은 것은 아니었는데 특별히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부담을 느낄 때 쯤 된 것 같은데 마침 딱 이겼다. 이 흐름을 잘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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