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기막힌 반전이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에릭 라우어가 또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12일 광주 롯데전에서 6이닝 1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 5일 광주 한화전에서 6⅓이닝 5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펼치고도 불펜 동점 허용으로 노디시전에 그쳤던 아쉬움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압도적이었다.
이날 라우어가 6이닝을 채우는 동안 뿌린 공은 고작 78개였다.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고, 150㎞ 이상의 직구와 변화구를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롯데 타선을 공략했다. 이럼에도 KBO리그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을 솎아냈다.
한화전에 이어 롯데전에서도 라우어는 피치컴을 활용해 포수에게 직접 사인을 내고 투구 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화전에서 '자기주도형 피칭'으로 QS의 좋은 결과를 얻은 뒤 자신감은 한층 더 올라선 모양새. 한화전에서 피치컴을 활용해 QS의 결과물을 만든 뒤 "투구 템포를 내가 조절할 수 있었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밝혔던 그는 롯데전에서 이를 확실하게 증명해냈다.
롯데전 호투가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부상 이탈한 윌 크로우와 그의 부상 대체 선수로 활약했던 캠 알드레드와 결별한 뒤 데려온 라우어. 턱골절 수술을 한 제임스 네일의 복귀 여부가 불투명한 현시점에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합류할 수 있는 KIA의 유일한 외국인 투수다. 네일이 극적으로 복귀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투구를 펼칠 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KIA가 V12 숙원을 이루기 위해선 양현종과 함께 소위 '계산이 서는' 투구를 해줘야 할 라우어의 활약이 필요했다.
KBO리그 데뷔 초기만 해도 알드레드에 비해 우타자에 더 약한 모습을 보이고 5이닝도 채우지 못하는 모습으로 KIA의 애간장을 적잖이 태웠던 게 사실. 라우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분석 미팅을 통해 도움을 구하고자 했고, 스스로 사인을 내는 피치컴 활용을 승부수로 제시했다. KIA 전력분석팀도 라우어가 최적의 투구를 할 수 있는 투구 코디네이션을 했다. 라우어가 한화전에 이어 롯데전에서도 완벽한 투구를 펼치면서 이런 노력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눈앞에 두고도 가을야구를 떠올리면 걱정이 꽤 컸던 KIA다. 그러나 라우어가 드디어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해답을 서서히 찾아가는 모양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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