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3-12로 지던 경기를 9-12까지 추격했다. 이어진 1사 1,3루 찬스에서 병살타가 나왔다. 여기까진 흔한 일이다.
하지만 너끈히 세이프될 만한 상황에서 타자 주자가 '딴생각'을 하느라 아웃됐다면 어떨까.
필수는 아니지만, 때론 간절하게 필요한 덕목이 바로 '전력질주'다.
그 정반대의 상황이 나왔다. 한화 이글스 유로결이 그 장본인이다. 소속팀은 가을야구를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14일 그 핵심 경쟁자인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한화는 7회초 2점, 8회초에는 4점을 따내며 맹추격했다. 롯데 필승조 구승민, 김상수를 모두 무너뜨렸고, 신예 문현빈이 싹쓸이 3타점 적시타를 치며 9-12로 따라붙었다. 8회 1사라는 이른 타이밍에 롯데 마무리 김원중까지 끌어냈다.
이어진 1사 1,3루, 김경문 한화 감독은 안치홍 등 베테랑 대타보다는 앞선 7회에 안타를 쳤던 유로결에게 한번 더 기회가 줬다. 결과는 유격수 땅볼.
유로결의 타격 이후가 문제였다. 유로결은 1루로 뛰던 중 2루에서 아웃되는 모습을 보곤 아쉬워하며 속도를 줄였다. 그래도 1루에서 살 수 있다고, 자신의 속도를 과신한 걸까, 아니면 아웃카운트를 착각한 걸까. 그 순간만 보면 마치 그대로 이닝이 끝난 것 같은 태도였다.
롯데 수비진의 플레이가 그대로 진행되는 것을 보곤 깜짝 놀라 다시 속도를 높였지만, 1루에선 아웃이 선언됐다. 이미 비디오판독을 모두 소모해 요청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대역전극의 모멘텀은 허무하게 끊겨버렸다.
광주일고 출신의 유로결은 2019년 2차 2라운드에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이른바 '변노유(변우혁 노시환 유장혁)'로 불리며 암흑기 한화의 기대주이자 희망이었다.
변우혁은 KIA 타이거즈로 이적해 1군 한자리를 꿰찼고, 노시환은 시즌 MVP를 다투는 리그 대표 홈런타자가 됐다. 이름까지 유로결로 바꾸며 의지를 다졌지만, 정은원 문현빈 황영묵 등 동년배 선후배들이 잇따라 두각을 드러내는 동안 그는 퓨처스에서 잠잠했다.
그래도 올해 24세로 아직 젊고, 군복무도 일찌감치 마쳤다. 발이 빠른데다 장타 포텐셜도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김경문 감독은 올해 6월 부임 직후 유로결에 대해 "스타가 될 재목"이라고 호평하며 리드오프로 기용하는 등 집중 육성을 선언했다. 이후 다시 2군으로 내려갔지만, 엔트리가 미처 확대되기도 전인 8월 22일 다시 1군에 올라왔다.
레전드 양준혁은 언제나 '1루로 전력질주'를 강조했다. 어쩌다 수비진이 실수라도 하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팬들은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보기 위해 야구장에 온다는 주장이었다.사실 양준혁이 말하는 경우는 1시즌에 몇번 나오지 않는다. 이마저도 타자의 전력질주보다는 수비수의 기본기 문제가 더 크다. 갑작스럽게 전력질주를 해야하는 야구의 특성상 부상 위험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어떤 선수들은 전력질주를 한다. 때로는 부상 위험이 압도적으로 큰 1루 다이빙도 마다하지 않는다. '찰나'의 스포츠인 야구, 세밀한 것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데서 빛이 나고 환호를 받는게 야구다. 어쩌면 전력질주야말로 가장 쉽게 선수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플레이다.
9월 들어 최근 좋은 수비로 '푸른한화'의 승리에 공헌했던 유로결의 어처구니없는 실수. 중계 카메라에는 김경문 한화 감독의 달아오른 얼굴이 잡혔다. 유로결은 8회말 수비에서 곧바로 교체됐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유로결 선수가 가다가 중간에 안 뛰었다"며 혀를 찼다. 스포츠의 기본을 잊은 플레이였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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