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대한배드민턴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조사를 반박한 입장문으로 또 논란을 부르고 있다. 부실 행정으로 각종 비판을 초래했던 협회가 반박 입장문까지 부실하게 작성해 반감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지난 13일 '문체부의 배드민턴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협회의 입장문'이란 보도자료를 냈다. 앞서 문체부가 10일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 중간 브리핑을 통해 협회의 각종 난맥상을 지적한 것에 대한 첫 대응이었다. 이 입장문을 놓고 이사회 등 주변 배드민턴계가 가장 분노한 쟁점은 김택규 회장 등 사무처 수뇌부에 제기된 배임·횡령 의혹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향후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따질 것'이라고 강조한 부분이다. 일부 개인 비리 의혹을 해명하는데 왜 '대한배드민턴협회' 명의를 사용하느냐는 것이었다.
배드민턴계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입장문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사실 왜곡, 선택적 해명이 다수 발견되기 때문이다. 입장문 시작부터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협회는 입장문에서 '본 협회는 지난 9월 10일 문체부의 배드민턴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는 바입니다'라고 시작한 뒤 바로 의혹 해명에 들어갔다. 안세영의 작심발언 이후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정부의 특별조사를 받고 있던 협회다.
협회 임원단 관계자는 "횡령 의혹은 차치하더라도 각종 부실 행정이 지적됐다. 그런 잘못이 있으면 빈말이라도 먼저 유감 표명을 하는 게 도리아닌가"라며 "반성하는 시늉은 커녕 '법적 조치' 강조하며 문체부와 언론에 엄포를 놓은 느낌이다. 같은 배드민턴인으로서 창피하다는 탄식이 나왔다"고 말했다.
입장문에서 국가대표 운영, 국대 후원 및 경기 결과 전반 보조사업 수행-승강제 후원 용품 등의 주제로 나눠 해명한 내용에 대해서도 부실한 게 많았다. 먼저 대표팀 후원 계약과 관련해 '협회가 마치 질 나쁜 라켓과 신발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강제하고 있는 것처럼 단편적으로 발표…'라고 언급했는데, 문체부가 '질 나쁜' 등 요넥스 제품을 비하하는 표현을 어디에도 한 적이 없다.
또 '후원금의 20% 포상금 적립' 규정 삭제에 대해 '계약 당시 코로나 상황으로 이전 계약금보다 50% 가까이 줄어든 금액으로 계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협회가 종전 후원사 빅터와 결별(2018년 12월)한 이후 요넥스와 후원 계약한 것은 2019년 1월(1차)이고, 2023년 3월 재계약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시작됐다. '20% 포상금' 규정 삭제는 2021년 6월이다. 2019년 요넥스와 1차 계약할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란 단어도 모를 때였다. 규정 삭제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있었다 하더라도 줄어든 후원금에 비례해 포상금도 축소됐다고 선수단에 양해를 구했으면 될 일이었다.
'페이백' 용품 배분에 대해서는 '생활체육대회 개최 시도 및 승강제 진행 시도의 참여율을 토대로 배분했다'고 설명했을 뿐, '현재도 공문 등 공식절차 없이 임의로 배부되고 있으며, 보조사업의 목적과 무관한 대의원총회 기념품 등으로 일부 사용되고 있음'이라는 문체부의 조사 결과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더구나 협회는 그동안 언론 보도와 문체부 조사를 통해 제기된 '국고 사업 용품 수의계약(국고보조금법 위반)', '국가대표선수단의 의견 수렴 없이 포상금제 폐지', '회장 후원금(2300만원), 전무이사의 개인계좌에서 이체' 등 주요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김 회장과 사무처 책임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쏙 빼놓고 선택적 해명을 한 것밖에 안된다. 이런 입장문을 보고 어느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겠나. 되레 화를 키운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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