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가을야구 4번타자의 중압감은 또 다른 것이었나.
LG 트윈스 문보경은 올시즌 염경엽 감독이 만든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가진 타격 자질이 뛰어난 타자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염 감독은 베테랑 김현수가 올시즌 부진하자 시즌 중반 문보경을 전격 4번으로 변신시켰다. 원래는 내년부터 4번으로 기용하려 했다는 구상까지 밝히면서 말이다.
파격적이었다. 4번, 그리고 베테랑의 포지션은 시즌 중 잘 바꾸지 않는다. 그만큼 어렵고, 책임감이 느껴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김현수의 자존심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문보경은 기다렸다는 듯 훨훨 날았다. 타율 3할1리 22홈런 101타점. 3할-20홈런-100타점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하며 가을야구에서의 기대감도 높였다.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문보경은 변함 없이 4번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전 연습 후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연습과 실전은 달랐나보다. 문보경은 4타수 무안타 삼진 1개에 그치며 팀의 2대3 패배를 바라봐야 했다.
안타를 못칠 수도 있는데, 왜 이날 경기가 뼈아팠느냐면 문보경에게 찬스가 너무 많이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4번타자로서 타점 1개만 기록해줬어도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었는데 그걸 하지 못했다.
아쉬웠던 건 4회와 6회. 4회는 LG가 0-2에서 1-2로 따라가던 순간이었다. 오스틴의 적시타로 첫 점수를 낸 LG. 그 기세를 문보경이 이어야 했다. 하지만 고영표의 초구 체인지업에 방망이가 너무 허무하게 나가며 힘없이 유격수 플라이가 되고 말았다. 그 뒤 오지환의 안타가 나왔으니 아쉬움이 더해졌다.
결정적인 건 6회였다. 이번에도 LG가 1-3에서 2-3으로 추격을 한 순간이었다. 상대 포수 장성우가 어처구니 없는 2루 송구 실책으로 LG는 손쉽게 점수를 따냈고, 이어진 1사 1, 3루 찬스였다. KT 이강철 감독마저 "여기서 경기 분위기가 상대에 넘어가는 줄 알았다"고 했을 정도의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문보경이 김민수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찬물이 끼얹어졌다. 김민수의 141km 직구가 한가운데로 들어왔는데 헛스윙이었다. 정규시즌 종료 후 오랜만에 경기를 하는데다 낮경기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을 수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매 타석 꼭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 때문인지 스윙이 매우 컸다. 세 번째 타석은 정말 컨택트에 집중해야할 순간이었다.
9회 마지막 선두타자로 나와서도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로 연속 헛스윙을 했다. 크게 치려는 마음이 너무 강했다. 그러다 박영현이 던진 회심의 슬라이더에 겨우 공만 맞히는 스윙이 되며 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렇게 문보경의 첫 4번으로서 가을야구가 막을 내렸다. 의욕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걸 느낀 경기였을 듯. 그만큼 LG 4번자리가 주는 중압감과 부담감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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