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최원태에게 무슨 일이.
어떤 문제였을까. 신체적, 심적 어떤 문제였을까. 우리가 알던 최원태의 구위가 아니었다. 1회 투구를 지켜본 후 LG 트윈스가 쉽지 않겠다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LG는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대10으로 패했다. 설명이 필요없는, 가장 중요한 1차전을 내주며 기선을 제압당하고 말았다.
야구 경기를 하다보면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또 패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하지만 이날 패배 원인은 너무나 명확했다. 선발 싸움 참패.
LG 선발은 최원태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5차전까지 치르는 혈투를 펼치며, 선발 요원들이 모두 힘을 뺐다. 그나마 로테이션상 1차전 나올 수 있는 투수가 최원태였다. 지난 8일 KT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나선 후 4일을 쉬었다. 그리고 그 때 좋지 않아 2⅔이닝밖에 던지지 못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충분히 회복할 시간이 있었다.
걱정되는 건 '가을 울렁증'. 정규시즌에는 150km 강속구를 씩씩하게 잘 뿌리지만 유독 가을에 약했다. 전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는 불펜으로 나섰고, 어렸다고 하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 경기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긴장한 듯 자기 공을 전혀 던지지 못했다. LG가 2차전 대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기에 망정이지, 그 경기를 날리고 우승도 하지 못했다면 최원태에 상처가 클 뻔 했다.
그래서 올해 가을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기대가 모아졌다. 특히 최원태는 올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KT와의 첫 경기는 실망스러웠다.
명예 회복의 기회. 팀이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최원태가 1차전 호투를 해 승리를 이끌어준다면, LG 분위기가 확 살아오를 수 있었다. 특히 올시즌 삼성 상대로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0.84로 매우 강했다.
하지만 1회 최원태가 뿌리는 공을 본 후, LG 벤치와 팬들의 기대감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직구와 투심패스트볼의 구속이 140km 초반에 미치기도 힘들었다. 1번 김지찬을 상대로는 커브를 써 어렵게 삼진을 잡았지만, 2번 윤정빈의 2루타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정타를 허용했다.
초반에 불안하다는 시선을 잠식시키기 위해 제구를 잡으려 의도적으로 공을 때리지 않고, 약간 밀어던지는 건가 했다. 하지만 2회에도, 3회에도 구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3회 구자욱에게 결정전 스리런포를 얻어맞았다. 135km의 밋밋한 슬라이더는 구자욱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3이닝 7안타(2홈런) 5실점. 김영웅에게 내준 홈런은 구장 환경탓 운이 없었다고 할 수 있었지만, 확실한 건 이날 최원태의 공은 혹평을 하면 '배팅볼' 정도의 구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실전 감각이 떨어졌을 삼성 타자들이 5이닝 만에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했을까. 경기도 날아가고, 삼성 타자들의 기도 살려준 격이 됐으니 LG에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한 시즌 피로가 누적된 문제였을까, 가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서였을까. 미스터리한 투구였다. 보통의 최원태가 좋지 않은 날이라면 150km 강속구를 뿌리되, 제구가 흔들리는 경우였다. 아이러니컬한 건 이날 4사구는 1개도 없었다.
경기 후 "최원태 선수가 긁혔으면 했지만 아쉽다"고 말한 염경엽 감독은 "원태가 안 좋아서 지강이를 냈는데 지금으로선 원태가 나을 것 같다"며 5차전까지 갈 경우 최원태 선발카드를 쓸 것임을 시사했다.
대구=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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