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다.
야구에선 '선수 이기는 감독 없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과 최형우가 그렇다.
26일 한국시리즈 4차전. 4번 타자 최형우가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하루 전 3차전을 치르면서 도진 허리가 문제였다. 이 감독은 "오늘 선발에선 빼야 할 것 같았다"고 제외 배경을 밝혔다. 최형우가 벤치를 지킨 가운데, KIA는 승리를 거두면서 V12에 한 발짝 만을 남겨둔 채 광주로 향했다.
이틀 만에 치러진 5차전. 최형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라운드에서 힘차게 몸을 풀었다. 6번 지명 타자 선발 출전.
이 감독은 "조금이라도 안 좋다고 하면 쓰지 않으려 했다. 오전 체크 결과 출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며 "본인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했을텐데, 이런 큰 경기에 가능하다는 사인을 낸 건 충분히 할 수 있기에 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4번이 아닌 6번 배치에 대해선 "4번보다는 6번 자리가 변수가 있을 때 다른 선수를 활용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배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라는 것.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시작된 승부, 최형우는 왜 '해결사'인지를 증명했다.
'대투수' 양현종이 백투백포, 연타석포를 맞고 무너졌다. 1-5로 뒤진 3회말, 1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깨끗한 우전 적시타를 날리면서 귀중한 타점을 만들었다. 2-5에서 맞이한 5회말엔 선두 타자로 나서 삼성 김태훈을 상대로 우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이 홈런으로 1점을 더 따라 붙은 KIA는 김태훈의 난조, 구원 등판한 김윤수의 폭투로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고비 때마다 추격점을 만들어낸 '해결사' 최형우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그림이었다.
불혹을 넘긴 최형우의 부상 투혼,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월 초 우측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3주 진단을 받은 그는 1주일 정도 휴식을 취한 뒤부터 원정길 동행을 택햇다. 후배들과 호흡하며 응원군을 자처했다. 다시 1주가 지난 뒤엔 이 감독을 조르기 시작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출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의 만류 속에 시간이 흐르는 듯 했지만, 결국 최형우는 3주를 딱 채운 끝에 결국 엔트리에 복귀했다. 최형우는 "감독님과 의견이 부딪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대부분 감독님이 져준다. 선수들 입장에선 그런 부분이 감사한 순간이 있다"고 오히려 고마움을 표하기도.
KIA가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향해 달려갈 때도 최형우는 배팅볼 투수를 자처하는 등 올 시즌 든든한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V12를 눈앞에 둔 승부처, 맏형의 해결사 본능이 다시 한 번 꿈틀거렸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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