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렇게 회식을 하게 되면 내가 사야되나? 생각했는데…"
국가대표 에이스가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환한 미소로 "필요하다면 나도 언제든 사겠다"고 강조했다.
문동주 구자욱 원태인 손주영 등 주요 선수들의 부상 이탈.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중인 프리미어12 대표팀의 분위기도 다소 무거워졌다.
현재 2차 엔트리 35명 중 한국시리즈를 치른 KIA-삼성 선수들을 제외한 23명이 모여 합동훈련 중이다. 여기에 상무 이강준 조민석, NC 김시훈이 합류했고, 류중일 감독은 엔트리 외 인원에서 선발투수 보강을 고려중이다.
마냥 주저앉아 있으면 승리할 수 없다. 베테랑 고영표와 박동원, 주장 송성문이 두팔을 걷어붙였다.
고영표는 도쿄올림픽과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여했다. 리그에서는 자타공인 에이스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의 투수 최고참이다.
28일 고척돔에서 만난 그는 "함께 했으면 좋겠다 싶은 선수들이 빠져서 아쉽다'면서도 "지금 호흡 맞추는 선수들과 컨디션 끌어올려서 잘해보겠다. 태극마크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어 "후배들이 많아 즐겁고, 나도 좀 젊어진 느낌이다. 말 한마디 더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노력중이다. 활력이 넘친다"라며 활짝 웃었다.
"좀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것 같아 회식을 제안했다. 감독님께 내가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쉬는날은 개인시간이 필요해보여서, 오늘(28일) 훈련 끝나고 회식을 가질 예정이다."
선수단 숙소 근처의 고깃집에서 모이기로 했다고. 대표팀 매니저가 직접 발품을 팔며 적당한 장소를 섭외했다.
고영표는 "내가 추진했으니 사비로도 살 의향이 있다. 좋은 성적만 낼 수 있다면 밥이야 얼마든지 사겠다"라며 웃었다. 다만 이번 회식은 KBO가 부담하고, 고영표의 지갑은 다음 기회에 열기로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WBC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대표팀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위기라는 지나친 긴장감에 짓눌려있었다. 최고참이 회식 한번 하자고 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계 토미 에드먼조차 쉽게 녹아들기 힘든 상황에서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일본 대표팀이 오타니 쇼헤이와 다르빗슈 유를 주축으로 회식 인증샷을 올리며 팀워크를 다진 끝에 우승까지 차지한 것과는 분위기도, 결과도 대조를 이뤘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다 좋다. 다행히 합류한 선수들 중 아픈 선수가 없다. 다들 몸관리가 잘돼있다"고 강조했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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