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축제 분위기이던 타이베이돔을 일순간 정적에 빠뜨린 한방이었다.
타이베이돔에서 눈물을 흘린 류중일호, 나승엽(롯데 자이언츠)이 쏘아 올린 한방은 작은 위안거리였다. 2-6으로 뒤지던 7회초 대타로 타석에 서 2구만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비록 3점차 패배로 마무리된 승부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대만행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121경기 타율 3할1푼2리(407타수 127안타) 7홈런 6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0의 성적은 대표팀의 부름을 받기에 충분했다. 롯데서 쌓은 1루 출전 경험도 '전문 1루수가 안 보인다'는 평가가 뒤따른 대표팀 구성 속에 두드러졌다. 하지만 1루를 커버할 멀티 요원이 상당수 포진한 상황. 롯데에서 보여준 임팩트 이상이 필요한 나승엽이었다.
나승엽은 "전문 1루수는 없지만, 1루를 볼 수 있는 자원은 많다"면서도 "1루에서 계속 연습하며 최선을 다 하고 있다. 다행히 타격 컨디션도 시즌 뒤 마무리캠프를 하다 와 지장이 없다. 몸도 다 만들어져 있고, 좋은 감독 유지하고 있다. 집에만 빨리 안 가면 될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경쟁 포인트에 대해선 "키가 큰 것 밖에 없다. 다들 너무 잘 하지만, 내가 키 만큼은 꿀리지 않는다"고 농을 치기도.
대만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나승엽. 벤치에서 출발했으나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아치를 그렸다. 선수 보는 눈이 까다롭고 엄하기로 소문난 롯데 김태형 감독이 왜 그토록 그를 중용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최종명단에) 떨어지면 바로 (마무리캠프에) 합류 시킬 테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농 섞인 당부를 꺼낸 것도 어쩌면 나승엽의 이런 재능을 눈여겨 본 것일지도.
고교 시절부터 인정 받았던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 나승엽이다. 3할 타율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 5위(35개)에 해당하는 2루타 생산, 날카로운 선구안과 4할 이상(0.411)의 출루율, 득점권 타율(3할5푼4리) 등 인상적인 공격력을 선보였다. 향후 성장에 따라 롯데의 새로운 거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노시환(한화)의 부상 하차 후 '4번 감이 안보인다'는 한탄이 나온 대표팀에겐 새로운 거포 옵션으로 그의 이름을 꼽아볼 만하다.
32년 무관의 롯데. 그러나 그들이 키워낸 수많은 재능은 국제무대에서 한국 야구에 환희를 안겨왔다. 그런 롯데가 탄생시킨 또 하나의 재능, 앞으로 걸어갈 길에 관심이 쏠린다.
타이베이(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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