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머리는 이미 (이)대호형인데…나이를 먹으면 더 많이 움직여야한다. 몸이 녹슬면 안되니까."
올해 나이 37세. 프로 데뷔 18년차 베테랑이 마무리캠프에 나타났다.
마무리캠프는 저연차 신예들, 또는 부상 후 재활중이거나 퓨처스에서 주로 뛰었던 선수들이 함께 하는 무대다. 주요 선수들은 캠프 초반에만 참여하거나, 아예 개인훈련에 전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팀과 함께 훈련하니 더 좋다. 프로 무대는 결과(기록)가 선후배다. 올해 내 기록이 좋은 것도 아니고…"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정훈 하면 자기객관화가 확실한 남자 아닌가. MZ들 트렌드도 알아놔야하고"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도 여전했다.
정훈은 올해로 3년 18억원의 FA 계약이 끝났다. 다만 2번째 FA 자격은 내년 시즌이 끝난 뒤에 얻을 수 있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의 삶은 아니지만, 지난 3년간도 충실했다. 총 18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부족한 팀의 장타력을 보완했고, OPS(출루율+장타율)도 지난해 0.796, 올해 0.775를 기록하며 알토란 같은 활약도 펼쳤다. 쏠쏠한 대타, 클러치히터이자 주포지션 1루 외에 3루, 좌익수까지 커버하는 만능 백업 역할을 수행했다.
1군에서 뛴다는 자체가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사령탑의 인증을 받은 것. 정훈은 "여러 포지션에서 뛰는게 쉽진 않다. 내가 1군에서 살아남는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나이 많다고 1군에 있는 시대 아니다. 만족하면 안된다. 항상 아쉬워해야한다. 나 자신이 부족하니까. 예전에 정신 못차리고 한번 만족했다가…"라며 웃었다.
"'1루는 당연하고 2루, 3루 다 됩니다. 좌익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써주십시오' 어필하는 거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는 효과도 있겠지. 두고봐라. 내년에도 누구 하나 삐끗하는 순간 그 포지션 연습 중인 나를 볼 수 있을 테니까. 나도 살아야하니까. 간절하다."
어린 선수들과 세대 차이는 없을까. 정훈은 "레드팬스티벌 하면서 '요즘 선수들은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껄껄 웃었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팬미팅 행사를 사직구장을 무대로 크게 치른 올해, 정훈은 바다팀 주장을 맡아 전준우의 동백팀과 대결을 펼쳤다.
"사실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큰 규모로 하는 것도 처음이고, 예민한 시기고…그런데 추운 날씨에 팬들이 정말 많이 오셨고, 좋아해주셨다. 난 요즘 노래나 춤은 잘 모르지만, 어린 선수들은 시키면 우물쭈물하지 않더라. 배울 점이 있었다. 오디션 프로 애청자로서 진정성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만족하고, 우리팀이 이겼다고 생각한다. 가을야구 기분을 살려서 이런 행사를 하게 되면 더 좋을 것 같다."
가을야구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표정이 진지해졌다. 정훈은 2010년 이후 롯데에서만 15년을 뛰었다. 이른바 '로이스터 르네상스'의 끝물을 체험했고, 이후 12년간 단 1번밖에 오르지 못하는 시간 또한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 간)강민호형한텐 전화도 안해봤다. 배 아프잖아. 난 한국시리즈도 그렇지만, 가을야구가 너무 하고 싶다. 정말 진심이다. 내년에는 꼭!"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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