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예상보다 더 쉽지 않았다. 결과는 눈물이었다.
한국 야구가 또 한 번 실패를 맛봤다. 류중일 감독 체제로 나선 2024 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안았다. 앞선 두 번의 대회에서 각각 우승(2015년), 준우승(2019년)으로 빛났지만, 이번 대회에선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출항 전부터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28 LA올림픽에 초점이 맞춰진 세대 교체의 방향성은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도 품고 있었다. 류 감독은 항저우아시안게임과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주축이었던 젊은 선수들을 선발해 대회를 치르고자 했다. 그러나 소집 전부터 문동주 노시환(이상 한화)이 부상 이탈했고, 한국시리즈 과정에서 원태인 구자욱 김지찬 김영웅(이상 삼성)이 다치면서 전력 구성에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봤던 문동주 원태인 공백이 뼈아팠다. 류 감독은 마무리급이 대거 발탁된 불펜을 활용한 '벌떼야구'로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대만과의 첫판에 선발로 나섰던 고영표(KT)가 2이닝 만에 6실점으로 무너졌다. 만루포를 내주기 직전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친 게 아쉬웠다. 불펜 전원 대기 상황, 남은 경기 일정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 박자 늦은 교체는 결국 화근이 됐다. 일찌감치 벌어진 격차는 분위기를 가라앉게 했고, 결국 후반 추격전에도 패배라는 결과물로 돌아왔다.
이 대만전은 쿠바전 승리→일본전 패배→도미니카공화국전 승리로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마운드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 무대 선발 투수의 중요성을 실감한 한국 야구다.
도미니카공화국전까지 4경기에 나선 선발 투수 중 최다 이닝을 던진 건 쿠바전 4이닝을 책임진 곽빈(두산)이었다.
대만전 선발 고영표는 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도미니카공화국전 선발 임찬규(LG)도 3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일본전에서 국제 대회 첫 선발로 나선 최승용(두산)은 1⅓이닝 소화에 그쳤다.
쿠바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 선발 투수들이 한국을 상대로 모두 4이닝 이상 투구를 펼치며 안정적인 마운드 운영을 한 점을 곱씹어 볼 만하다. 류 감독은 "이번 대회는 결국 선발 투수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KBO리그를 봐도 선발 투수 6~7명을 가진 팀이 결국 이긴다"고 말했다.
'해결사 없는 타선'의 약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류 감독은 노시환이 비운 4번 자리에 문보경(LG)을 낙점했다. 문보경이 국내 훈련에서 페이스를 끌어 올리지 못하자 윤동희(롯데)에게 4번 자리가 돌아갔다. 하지만 윤동희가 기대를 밑도는 활약에 그쳤고, 다시 문보경이 4번을 맡았다. 도미니카공화국전 전까지 윤동희는 7푼7리, 문보경은 2할1푼4리에 그쳤다. "4번감이 없다"며 국내 훈련 기간 중 고민을 드러냈던 류 감독의 근심은 매 경기 찬스 상황에서 쉽게 득점을 뽑아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프리미어12는 WBC보다 한 단계 아래 대회로 여겨진다. 하지만 메이저리거를 부를 수 없고, 시즌 뒤 부상자 문제로 베스트 전력을 구성하지 못한 건 일본, 대만도 마찬가지였다. '세대 교체' 기조 아래 이들보다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엔트리를 꾸린 건 사실이지만, 경험 부족보다 기량의 차이가 좀 더 크게 부각됐던 대회였다.
세대 교체 완성의 첫 무대인 WBC까지 남은 시간은 2년이 채 안된다. 프리미어12에서 드러난 전력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언제까지 베테랑에 의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 대회 실패를 통해 얻은 선발 투수와 해결사 확보라는 과제를 확실히 풀어내야 희망을 살릴 수 있다.
타이베이(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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